▲ 키프러스에서 조우한 이장수(오른쪽) 허정무 감독. | ||
그러나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허 감독이 대표팀에 뽑히면서 자주 학교를 비웠기 때문. 이 감독도 대학 3학년 때 대표팀에 차출된 이후 두 사람은 축구계의 스타로 성장한다.
두 사람의 색다른 인연은 지난 연말부터 전남 구단을 매개체로 맺어진다. 이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남으로부터 경질된 뒤 허 감독이 그 자리를 맡는다.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는 낫지만 후배가 불명예 퇴진한 감독직을 수락하기는 허 감독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후 서로 팀을 파악하고 훈련에 열중하느라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이역만리 외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FC서울이 먼저 키프러스를 전지훈련지로 결정하고 1월 말 캠프를 차렸는데 2월 초 전남이 키프러스에 따라온 형국이다. 전남은 원래 터키로 전훈을 떠나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키프러스로 방향을 틀었다.
훈련을 하는 운동장도 같은 곳이다. 붙어있는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갈 때는 마치 이 감독이 여전히 전남 감독을 맡고 있는 듯이 보인다. 황선홍 전남 코치, 이따마르, 김도근 등이 이 감독을 보고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데다 전남에서 함께 코치 생활을 했던 고정운 서울 코치까지 가세하면 마치 작전지시를 받던 지난해 광양의 운동장이 떠오른다.
올 시즌 새로 부임했거나 자리를 옮긴 감독들의 남다른 인연을 살펴보는 것도 프로축구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라나카(키프러스)=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