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FC서울에 입단한 박주영 때문에 또래 동료선수들이 약간 서운했다는 후문이다.우태윤 기자wdosa@ilyo.co.kr | ||
‘리마리오 춤’으로 유명한 김승용(20·FC서울)은 지난 2일 박주영의 입단식이 끝나고 팀 동료들과 훈련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줄곧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분명 이유가 있었다. 박주영과 같은 에이전트사(스포츠하우스) 소속인 김승용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시달림을 받았다. 박주영과 관련된 질문이 그에게 폭주했던 것.
김승용은 박주영과 동갑내기로 청소년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고 있는 터라 다른 선수들보다 더 인기(?)를 모았다. 대부분 박주영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김승용은 “프로는 경기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잘 적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주영이는 잘 적응할 것”이란 덕담도 잊지 않았다. 무리 없는 대답이었지만 마지막에 ‘주영아 파이팅’을 외치게 할 때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에게 올 시즌 목표나 각오에 대해 한 마디라도 물었다면 덜 서운했을 것이다.
3년 전 초고교급 스타로 화려하게 프로에 입문했던 정조국도 이날 마음이 착잡했다. 정조국은 기자에게 “나도 프로 입단 당시 엄청난 취재열기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면서 “하지만 나보다 주영이에게 쏠린 관심이 더 하다”고 만감이 교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조국은 박주영과 함께 청소년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박주영을 지켜봤는데 이렇게까지 대형스타가 될지는 몰랐다는 말도 보탰다.
이날 박주영의 입단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코칭스태프 중 한 명은 “기자들이 선수들을 바보로 만든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영과 관련된 멘트를 따기 위해 차 안에서 쉬고 있는 선수들까지 불러내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 지난 2일 박주영 입단식. 왼쪽은 이장수 감독, 오른쪽은 이완경 GS스포츠 사장. | ||
몇 해 전 언론의 엄청난 기대를 받고 프로에 입단한 A는 뒷말이 무성했다. 앞에서 대놓고 A를 꾸짖는 선배는 없었지만 이전까지 후배가 선배에게 갖춰야 할 예의에 대해 그는 깡그리 무시했다. 국산차를 몰고 다니는 선배들을 제치고 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녀도 눈치 볼 줄을 몰랐다.
그래도 언론은 언제나 A와 인터뷰를 하려고 애썼다. 경기가 끝나고 골을 넣은 선수에 대해서는 인터뷰가 짧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언제나 관심이 모아졌다. 골을 넣어도 신문과 방송에는 A의 얼굴이 주로 비치는 현실 때문에 언론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도 커져만 갔다. 그러나 축구를 잘했기 때문에 팀 동료들은 그를 ‘용병’으로 불렀다고 한다. 외국에서 온 볼을 잘 차는 선수라는 비아냥거림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A 같은 선수와는 달라 보인다. 우선 나이답지 않게 상당히 침착하다. 항상 차분하게 평상심을 유지하고 자신을 낮춘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또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지니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인 이기철씨는 “‘할아버지’ ‘대장’ 등의 별명을 지닌 박주영이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진리를 잊지 않아야 박주영이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변현명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