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프레레는 “선수들을 훈련시킬 시간이 없다”며 불만을 쏟아놓지만 축구팬들은 그가 지나치게 해외파에만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
이동국 ‘부족한 2%’
본프레레 감독은 이동국이 2월14일 쿠웨이트전에서 발리슛으로 골을 넣고 나자 “아름다운 골”이라고 치켜세웠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본프레레 감독이 이동국만은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이동국은 지난해 말 독일전에서도 올리버 칸을 얼게 만든 발리슛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이 두 골은 본프레레 감독의 말처럼 “아름다운 골”이었을 뿐이다. 이동국이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과연 팀플레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골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이고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본프레레 감독이 미련을 갖는 부분은 바로 이동국의 한방이다. 이동국은 본프레레 감독의 가려운 곳인 한방을 해결해줬다. 그러나 이동국이 히딩크 감독한테는 왜 인정을 받지 못했는지를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더 분발해야 한다.
현대축구에서 공격수의 역할은 단지 골을 넣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70년대 네덜란드에서 토털사커란 개념이 시작된 뒤 공격수는 동료에게 어시스트를 해주거나 공간을 확보해 공격라인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정의됐다. 이런 현대축구의 추세로 비춰볼 때 이동국은 많이 움직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동국이 아시아에서는 펄펄 날지만 유럽과 맞붙어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 축구 평론가는 독일월드컵 본선 무대를 정점으로 했을 때 이동국의 실력을 ‘70점’정도로 밖에 평가하지 않았다.
본프레레 ''불만은 그만''
본프레레 감독은 축구협회에 “선수들을 훈련시킬 시간이 없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히딩크 감독 때처럼 1년 정도 선수들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사우디전을 위해 출국하기 전날인 14일에도 13명의 선수가 소집되자 훈련을 코치에게 맡기고 숙소로 들어갈 정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유럽에서 축구를 했다는 그가 보여주는 행동과 말 등은 대표팀 감독의 자질까지 의심스럽게 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해 7월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21일 부르키나파소와 평가전까지 벌써 16경기를 치렀다. 경기만한 훈련은 없다고 하는데 전술을 시험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본프레레 감독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들 정도다. 축구해설위원 A씨는 “전체적으로 전술의 완성도가 떨어지다보니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 약팀을 만나서 속 시원한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왼쪽부터)이동국, 이천수, 김남일. | ||
베스트 '이천수 카드'
본프레레 감독이 신뢰를 아끼지 않는 해외파가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등이 소속팀에 완전히 적응하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단, 이천수가 스페인에서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하고 돌아오게 됐지만 자신감만 회복한다면 여전히 믿을 만하다. 축구해설위원 이용수, 신문선씨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베스트11이 구성된다.
설기현을 왼쪽, 이천수를 오른쪽 포워드에 세우고 이동국을 중앙에 위치시키는 공격라인이 가장 무난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박지성은 처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천수가 국내복귀를 결정하면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해 컨디션이 떨어져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
미드필드 좌우측은 김동진과 이영표가 낙점돼 있지만 최근 김동진의 플레이가 좀 처진 감이 없지 않다. FC서울의 최근 프로 경기에서 김동진이 지난해의 날카로움을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이영표를 왼쪽, 송종국을 오른쪽에 배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비라인 '뜨는 김남일'
히딩크 감독은 운이 좋았다. 수비진을 보면 본프레레의 불운과 히딩크 감독의 운은 확실히 구분된다. 홍명보 최진철 김태영으로 대표되는 탄탄 수비수들의 절대 지지를 받던 히딩크 감독에 비해 본프레레 감독의 수비라인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유상철이 건재하다고 하지만 이전의 유상철도 선배 수비수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빛이 났다. 나이도 적지 않고 이전보다 못 하다는 게 솔직한 평가. 유상철 유경렬 박동혁 박재홍 김진규 등이 버티고 있는 수비라인은 경험 부족과 개인 기술이 이전 대표팀보다 한수 아래다. 세대교체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왔지만 시기를 놓친 후폭풍이라고 할 수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포백을 사용하다가 스리백으로 전환을 하는 등 다양한 전술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수비가 불안하면 미드필드와 공격라인에서 수비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진다. 하지만 본프레레의 불운은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홍명보가 대단한 선수였던 점은 그의 발에서 공격의 루트가 시작됐고 골이 터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이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잘 해주고 있어 다행이다. 김남일은 이전에는 거친 몸싸움으로 대표되는 투박한 축구를 구사했는데 네덜란드에 다녀오고 난 뒤 축구에 눈을 떴다는 본인의 말처럼 한 단계 더 넓어진 시야와 축구에 대한 이해를 보이고 있다. 김남일은 이제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섞은 새로운 포지션명을 만들어 줘야할 정도로 대표팀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수비가 안정되면 김남일이 좀 더 공격에 가담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취약한 수비진이 아쉽기만 하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