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선수의 아내는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분명 부러움의 대상이자 선수 못지않은 관심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연애 시절 운동선수와 사귈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오히려 걱정스러워했다’는 답변이 44명으로 ‘부러워했다(42명)’는 대답보다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아무래도 부상의 위험이 있고 결혼한 이후에도 장시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 등이 주변에서 걱정하거나 만류한 가장 큰 이유였다. 한편 운동선수와의 교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라고 답한 사람이 14명이나 됐다. 이들은 대부분 운동선수라는 직업의 특수성에 대해서 남다른 인식의 차이를 갖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 선수와 결혼한 아내들은 남편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프로 선수와 결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라는 질문에는 ‘1)인물이 좋아서 2)금전적 능력이 좋을 것 같아서 3)사람을 보고 4)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 같아서’라는 4개의 보기가 주어졌는데 ‘사람을 보고’라는 답변이 80명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인물이 좋아서’라는 답변은 2명, ‘금전적 능력’에 대한 기대는 4명, 그리고 ‘뭔가 특별한 것’에 이끌렸다는 아내는 14명이었다.
프로야구 A선수의 아내는 “우리 신랑은 결코 인물이 좋은 것 같지는 않고 선수만이 갖고 있는 순수함에 이끌렸다”고 답변했고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한 B선수의 아내는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그때 사귄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었다”는 재미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도 얼굴 잘생기기로 소문난 C선수의 아내는 “(신랑이) 다른 여성과 전화통화하거나 만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응원해 주는 팬의 한 명으로 대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지켜볼 수 있었다. 이런 믿음이 없다면 아마 싸우는 부부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운동선수와 결혼한 아내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다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아내들은 74명이 ‘No’라는 답변으로 ‘Yes’라고 답한 26명의 아내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만 익명으로 진행한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아내들은 답하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일 정도로 다른 질문과는 달리 진지한 태도를 나타냈다.
주관식으로 던진 ‘프로 선수와 결혼해 가장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하나씩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면서 그동안 표현하지 않고 내조만 충실히 한 아내들이 프로 선수의 부인으로서 잠시 하소연(?)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아내들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먼저 언급하는 공통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많이 나온 답변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프로농구의 ‘터프가이’ D선수의 아내는 “출장이 잦다 보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나쁘게 해석하면 ‘외롭다’는 것이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자유롭다’는 말로도 풀이된다”고 정리했다. 프로축구 E선수의 아내도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가정의 대소사나 자녀 문제 같은 걸 항상 혼자 해결하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 “대신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도 남편을 보면 항상 새로운 기분이 들어 여전히 신혼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며 장단점을 언급했다.
또한 아내들은 얼굴이 알려진 남편 때문에 밖에서 알아보고 대접받는 분위기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축구대표팀 출신인 F선수의 아내는 “특히 (남편의) 성적이 잘 나오고 할 때에는 먼저 알아보고 대우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성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것도 아내의 몫이다. 지방팀에서 활약중인 프로야구 G선수의 아내는 “주변에서 성적 문제로 비판하는 목소리라도 나오면 경기장에서는 본의 아니게 관중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서 “프로 선수가 공인이다 보니 편해야 할 자리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얼굴 알려진 것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외에 소수 답변으로는 연봉이 많아 좋긴 한데 선수 수명이 짧아서 아쉽다는 현실적인 답변도 있었다.
아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질문은 운동선수과 체력과의 상관관계였다. 즉 ‘경기장에서처럼 집에서도 활발한 ‘플레이’를 펼치는가’라는 문항이었다. 설문 대상자들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 모두 답변하기 전에 ‘피식’ 웃음을 던지며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편은 은근히 바람기가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아내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논스톱’으로 ‘아니다’라고 외친 ‘속기파’ 아내들이 있는가 하면 잠시 고민하다 답을 내놓는 ‘신중파’와 웃음으로 시간을 벌다(?) 어렵게 답을 내놓는 ‘장고파’ 아내들도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아니다’라는 답변이 5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그렇다’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각각 20명과 30명으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기도 했다. 이 질문에 가장 인상적인 답변을 남긴 프로축구 J선수의 아내는 “운동 선수라는 편견 같은 걸 떠나서 남자라면 누구나 바람기가 있는 게 아닌가”라며 “오히려 몰래 바람 피울 수 있을 때 그것도 제대로 못 하면 바보 아니야”라고 반문해 질문하는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무리 내조를 최우선으로 하는 선수의 아내라고 해도 부부인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게 ‘부부싸움’이지 않을까. 대부분(85명)이 크고 작은 이유로 부부싸움을 경험했지만 일부 아내들은 “싸울 시간이 없다. 얼굴을 봐야 싸움이라도 하지…”라며 떨어져 있는 시간의 아쉬움과 함께 변치 않는 금실을 자랑하기도 했다.
부부싸움의 내용은 일반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로 시댁과 관련된 문제와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이 절대적이었다. 한때 ‘오빠부대’의 우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프로농구 K선수의 아내는 “남편이 너무 효자라서 시댁과 관련된 일반적인 관습이나 집안 경조사 때문에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고, 효자로 소문난 프로야구 L선수의 아내는 “결혼 초에 남편의 연봉을 시댁에서 관리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잠시 갈등을 빚었다”고 고백했다.
자녀 문제도 빠질 수 없는 소재로 등장했다. 특히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는 아내 혼자 도맡아 책임져야 하다 보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라고. 서울팀에서 활약중인 프로야구 M선수의 아내는 “남편이 교육 문제에 무관심한 건 아니지만 대화할 시간이 없다 보니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행여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모두 아내에게 전가하는 남편과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선수들과 연봉 차이가 날 때 아내들도 남편의 연봉에 따라 서열을 느낄 때가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52명)’는 대답이 ‘아니다(48명)’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