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이 네덜란드 진출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 ||
일기가 시작된 후 7회부터 박지성은 네덜란드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오른쪽 무릎의 관절경 수술을 받고 나서 재활 훈련을 하는 과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목발을 짚고 다니던 박지성이 5월 중순엔 예상대로 수술 후 처음 경기에 출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잠시 잠깐 동안의 일이었다. 수술한 무릎 부위에 다시 물이 차는 바람에 박지성은 한동안 그라운드를 뛸 수 없었다.
23회 때는 AS모나코와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마친 소감을 게재했다. 팀이 1-2로 패해 아쉬움을 전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 대해 처절한 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중략) 외국 선수들과 생활한다는 것, 감독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떨치려고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 등이 ‘짬뽕’이 돼 제 발을 자꾸 무겁게 하는 것 같아요. 박지성이 네덜란드에 완전히 적응할 그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
35회 때도 여전히 박지성은 우울모드를 형성했다. 데포르티보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집에 돌아와서 쓴 일기에는 네덜란드 진출 이후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며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잔뜩 불만을 표시했다.
“(중략) 축구가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할까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너무 어렵네요. 이렇게 힘들고 사람 피 말리는 운동이었다면 아예 하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 (중략) 요즘엔 경기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고 아득해질 때도 있습니다.”
▲ <일요신문>에 연재된 ‘박지성 일기’ | ||
49회 일기가 소개된 2004년 4월 초엔 박지성이 네덜란드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요즘 에인트호벤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홈관중들이 저에 대해 더 이상 야유를 보내지 않는다는 거죠. 엄청난 격려와 응원의 함성을 보내며 좋아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당황할 정도예요. 역시 운동선수는 실력밖에 없는 것 같아요.”
네덜란드 후기리그가 끝난 마지막 회엔 ‘오늘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제야 네덜란드 리그에 적응이 됐다’는 감상문을 적어 놓았다. 특히 축구공이 무서워서 경기장 나서기가 두려웠다는 고백에선 그동안 남몰래 마음 고생했던 면면들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축구선수가 축구공이 무섭다? 정말 그랬어요. 당시 ‘내가 일본에서 계속 뛰었더라면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텐데’하는 번민과 갈등까지 생겨 꽤 속앓이를 했습니다. (중략) 암울한 시기를 잘 극복한 덕분에 이렇게 웃으며 한 시즌을 마무리한 것 같아 조금은 기특해 보이네요.”
박지성은 독자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에 ‘박지성이란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일기의 최종회를 매듭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