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2월 아빠가 되는 박명환(오른쪽)은 “이제야 겨우 ‘무정자증’ 의혹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배칠수(배): 어이쿠, 축하합니다. 올 12월되면 아기 아빠가 되신다구요. 결혼도 12월, 첫 아이의 생일도 12월이 되는 셈이네요.
박명환(박): (어쩔 줄 몰라 하며) 예. 감사합니다. 결혼 후 한동안 2세 소식이 없어 마음 고생 좀 했습니다.
배: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2세를 기다리셨어요?
박: 두산에선 결혼하고 3개월 안에 아이가 안 생기면 ‘무정자증’이라고 놀리거든요.
배: 예? 무정자증이라구요? 지금도 그 얘기를 듣는 선수가 있나요?
박: 네. 이혜천 선수죠. 한동안 저도 ‘무정자증’ 의혹에서 벗어나질 못하다가 아내의 임신이 알려지면서 깨끗이 명예회복했습니다.
배: 거 참 특이한 팀이네 그려.
박: 아내가 임신한 지 8주됐는데 임신 초기에 몸조심해야 한다고 아무 것도 안 하는 바람에 저만 죽어나요. 야구장에서 야구하랴, 집에서 살림하랴. 아주 힘들죠. 하하.
배: 선배로서 충고하건데 임신 초기엔 남편의 배려가 아주 중요해요. 특히 아무리 힘들어도 남은 힘은 야구로만 풀어야 해요. 위험한 시기라. 크크. 어이쿠, 내가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지? 아무튼 야구 얘기 좀 해보죠. 얼마 전에 훈장 받았다면서요?
박: 훈장을 택배로 보냈더라구요. 처음엔 와이프에게 무지 자랑했는데 지금 제 차에 있어요.
배: 무슨 훈장이에요? 왜 받으신 건데요?
박: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잖아요. 그 공로로 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았어요. 그런데 훈장도 종류가 있더라구요. 성흔이형은 맹호장인데 전 그보다 등급이 한 단계 더 낮대요. (김)동주형은 별로 관심을 안 갖더라구요. 제일 높은 거상장인가 하는 걸 받았는데 이전에 많이 받아봤다면서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던데요?
배: 택배로 받은 훈장이라. 거 참, 개그스럽네. 지난번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삼성전에서 147km의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해서 화제가 됐잖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그거 진짜 슬라이더였어요?
박: 그 경기 이후 그런 질문 많이 받았어요. 맞습니다. 진짜 맞다구요. 언론에선 ‘커터(컷패스트볼)’ 아니냐고들 하시는데 진짜 슬라이더였어요. 직구는 152km까지 나왔구요.
박: 그럼요. 전 특히 (강)인권이형을 만난 이후 아주 좋아졌어요. 인권이형이 제 전담 포수시거든요. 인권이형과 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넌 공도 좋고 볼도 빠른데 성적이 왜 그 모양이냐?’고 자주 물었어요. 컨트롤이 안됐기 때문이죠. 몇 개만 공 맞으면 얼굴이 벌개지면서 금세 티가 났거든요. 그런 얘길 7,8년 듣다가 작년부터 인권이형과 호흡을 맞추면서부터 마운드가 굉장히 안정됐다고들 하세요.
배: 역시 파트너가 중요해요. 결혼도 그렇고, 사회 생활도 그렇고. 지난해에는 12승에다 방어율도 최고의 기록을 올렸는데 무슨 비결이 있는 건가요?
박: 보디빌더하는 후배에게 특별 웨이트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지방을 빼는 대신 근육을 키우는 훈련이었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에요. 흔히 살 빼라고 하면 근육까지 빼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데 근육을 빼면 마운드에 올랐을 때 힘이 딸려서 착지할 때 다리가 돌아가거든요. 그 후배랑 운동하면서 근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죠.
배: 부상도 많았고 부침이 많았던 야구인생이었어요. 그렇죠?
박: 어깨가 아파도 공을 던져야 했어요. 왜? 안 하면 돈을 못 버니까. 위로 던져 아프면 옆으로라도 던져야 했죠. 아님 진통제라도 먹고 던져요. 야구에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미친 걸 후회는 안 해요. 앞으로 더 미치고 싶어요.
배: 오늘 인터뷰하면서 박명환 선수를 다시 봤어요. 아주 속이 깊은 분인 것 같아요. 올해 맘 편하게 10승 이상만 올리세요. 알았죠?
박: 감사합니다. 근데 야구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네요. 전 개그맨인 줄로만 알았는데. 저도 반가웠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