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왼쪽), 박상원 | ||
김성근 코치가 박찬호의 재기를 확신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폼이 깔끔해졌다는 것. 김 코치는 “이전에는 하체가 불안정하다보니 상체가 많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하체가 안정되다보니 불필요한 움직임이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감이 붙으니까 볼 컨트롤이 좋아졌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슬럼프 때 박찬호가 투구하는 모습을 보면 컨트롤이 안 되는 바람에 공을 던져봐야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컨트롤이 좋아 던지기 전에 미리 예측을 할 수 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변화”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김 코치는 박찬호의 올 시즌 거둬들일 성적에 대해 10승 이상은 무난할 거라는 희망찬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면을 통해 박찬호에게 이런 부탁도 잊지 않았다.
“찬호야, 과신하지 마라. 자만하지 말고. 기술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그 기술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통의 시간을 보낸 만큼 마운드에서 더욱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에버레스트에 올라가 있는 엄홍길 대장의 휴먼원정대를 자처한 탤런트 박상원은 기자와 통화한 지난 3일, 에베레스트로 출국 직전이었다. 박상원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얼마 전 박찬호와 통화했던 내용을 밝혔다.
“보스턴 레드삭스전인가? 타자를 삼진아웃시키고 홈플레이트에서 야수 같은 표정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선 전화를 걸어 ‘찬호야! 너 미쳤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제발 계속 미쳐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며 한참을 웃었다.”
박상원은 요즘 박찬호와 전화 통화할 때마다 축하인사보다 ‘몸은 괜찮냐?’라고 묻는 게 습관이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박찬호의 경기를 마음 편하게 지켜봤음 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찬호가 최근 상승세를 나타내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벼랑끝 승부’를 펼치고 있는 거나 다름 없다. 더 이상 물러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마지막 지점에 있기 때문에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는 것 같다.”
박찬호의 올시즌 예상 승수를 묻자, 박상원은 “말하고 싶지 않다. 나한테는 찬호가 몇 승을 올렸는지보다 시즌 마칠 때까지 안 다치고 쾌투하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