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살아나니 공 팔팔
한때 메이저리그 해설가로 이름을 날린 차명석 LG 투수코치는 디테일한 기술적인 부분을 거론했다. 올시즌에는 박찬호가 투구 때 오른쪽 다리로 마운드를 힘차게 박차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 코치는 “박찬호가 허리 부상에서 완쾌한 듯이 보인다. 투수가 허리가 아프면 축이 되는 오른발을 박차지 못하고 질질 끌며 나오게 되는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던지는 팔의 각도가 올라간 덕분에 투심패스트볼과 변화구의 볼끝이 종으로 휘면서 위력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었다. 차 코치는 또한 “지난 3년간 부진하면서 시속 155km짜리 직구를 잃어버렸지만 대신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호의 공주고 선배인 두산 김경문 감독은 평소 해외파 선수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김 감독은 박찬호가 올시즌 들어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볼카운트에 관계없이 타자들과의 승부를 즐긴다는 설명을 했다. 볼카운트 0-3인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올해는 12승 정도는 무난할 것 같다. 운이 따르면 15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 돌풍의 주역인 양상문 감독은 박찬호의 투심패스트볼에 찬사를 보냈다. “몸쪽으로 붙었다가 스트라이크존으로 휘어 들어가는 투심이 위력적이다. 왼손타자 상대 요령을 깨우친 것도 인상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박찬호의 공주고 1년 후배인 롯데 노장진과 한화 타자 이도형 등도 박찬호의 자신감 회복이 결국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수 조련의 달인이라 불리는 현대 김시진 투수코치는 “박찬호는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 뒤 홈런을 맞아 대량실점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시즌에는 제구력이 좋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올시즌 결정구로 던지고 있는 투심패스트볼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투심은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 장타를 맞을 수 있는 위험한 공인데 낮게 제구되면서 땅볼 유도가 잘 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본래 투수의 공은 높은 쪽보다 낮은 곳에서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낮게 던지는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고 시절 ‘박찬호 장학금’을 두 차례나 받은 삼성 배영수는 조금 특이한 분석을 내놨다. 배영수는 “텔레비전 중계로 찬호형 경기를 몇 번 봤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지금 찬호형은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다”며 관상론을 펼쳤다. 삼성 내야수인 강명구는 농담조로 “눈을 부릅뜨고 던지던데 그 때문에 상대 타자들이 겁먹는 거 아니겠냐”며 웃기도 했다. SK 투수 채병용 역시 “투수가 투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신감이다. 박찬호 선배는 최근 2~3년간 위축된 투구와는 달리 이젠 몸도 아프지 않고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배짱을 찾은 것 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박찬호가 답답한 피칭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롯데 베테랑 투수 손민한은 “허리 부상에서 회복된 것은 경사스런 일이지만 볼넷을 좀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전히 도망가는 피칭을 할 때가 많다는 얘기였다. 손민한은 “볼넷을 너무 많이 내준다. 그리고 과거처럼 빠른 볼을 던지지 못하니 답답한 느낌이 든다. 구속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인지 궁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과 투수 임창용은 박찬호 등판 경기를 본 적이 없어 평가를 유보했다. 홈런타자 심정수는 “땅볼 유도에 눈을 떴다”고 박찬호의 부활 이유를 밝혔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야구는 역시 심리적 게임이라는 게 박찬호를 통해 드러난다. 요즘 박찬호는 마운드 위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 자신감, 자신에 대한 컨트롤이 해답”이라고 밝혔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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