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9일 FC서울 대 대구FC 프로축구 개막경기가 끝난 직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박주영(왼쪽). | ||
박주영이 6월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는 아직 미지수다. 냉정히 보면 박주영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시아대회였고 아직 세계대회에 출전해본 경험이 없는 우물 안 개구리라고 표현해도 틀리지는 않다. 지난해 브라질 등이 참가한 부산컵에서 탁월한 활약을 통해 우승컵을 안겼지만 국내에서 열린 대회였다.
하지만 축구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박주영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현지적응이 가장 큰 문제지만 박주영의 평소 생활로 봐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게감을 실었다.
박성화 청소년대표팀 감독도 “지난 스페인 전지훈련 때 유럽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고 회상했다.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 2군 선수들이었지만 박주영은 평소 실력대로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
이회택 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좋은 선수다. 유럽에 진출한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박주영의 유럽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할 정도로 박주영의 실력은 공인됐다. 박주영의 해외진출은 시점만이 남은 듯 보인다.
하지만 슬그머니 박주영의 K리그 잔류 타진이 고개를 들고 있고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박주영의 등장만큼 K리그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박주영이 2006독일월드컵까지만이라도 머물러주길 바라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월드컵을 끝내고 2006~2007시즌에 유럽에 진출했으면 하는 게 프로연맹측의 간절한 바람이다.
▲ 박주영 선수. | ||
그렇다면 박주영 본인의 마음은 어떨까. 원래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 박주영이지만 빅리그로 바로 진출하기보다는 네덜란드리그 정도에서 먼저 적응 연습을 하는 쪽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팬들은 박주영이 바로 잉글랜드나 스페인으로 가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게 사실. 더욱이 이천수가 스페인에서 실패했고 2001년 청소년대회의 영웅인 사비올라가 바르셀로나로 직행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AS모나코로 임대된 전례가 있는 부분도 박주영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PSV에인트호벤의 히딩크 감독은 최근 “월드컵 당시를 보면 이천수가 박지성보다 객관적으로 좋았다. 그러나 이천수는 좋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직 어린 박주영이 벤치마킹할 상대는 박지성이다. 박지성보다 네 살이나 어린 박주영은 네덜란드 정도에서 유럽 적응을 마치고 빅리그로 진출해도 늦지 않다. 박주영측도 박지성의 성공 스토리를 유심히 살펴보며 벤치마킹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지성이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여놓은 네덜란드라면 적응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독일 월드컵이 끝나고 박지성이 빅리그로 이적할 경우, 그 자리를 박주영이 채워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인트호벤에서도 박주영에 대해서는 실시간 자료를 수집해 분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에이전트는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끝까지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박지성의 후임으로 박주영을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FC서울도 올 시즌 중 쉽사리 박주영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FC서울측은 “계약서상에는 조건이 좋은 구단으로 갈 것과 사전에 서울구단과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일반에 알려진 대로 박주영이 무조건 이적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뒤 국민적 영웅으로 태어날 박주영을 국내에 잡아둘 경우 FC서울의 마케팅 효과는 수치화하기도 힘들 정도다.
물론 박주영측과 협상이 필요하지만 서울은 복안을 지니고 있다. FC서울의 한 관계자는 “박주영이 2005~2006시즌을 위해 해외 진출할 경우 적응을 위해 한 시즌 정도는 보내야 한다”면서 “차라리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보다 더 큰 무대인 2006독일월드컵에서 활약하고 홀가분하게 유럽으로 가는 게 어떨지 궁금하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 관계자는 한국프로축구에 기여한다는 대의명분도 있다며 설득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무게를 실었다.
박주영으로 인해 찾아온 ‘한국축구의 봄’을 지속시키고 싶은 마음이 박주영의 K리그 잔류로 실현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