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유머를 간직한 대구 사나이 박주영. 그의 낙천적인성격이 그의 축구실력에도 한몫한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 ||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는 박주영의 자신감, 그 내면의 당당함이 박주영을 축구천재로 만드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박주영을 잘 아는 친구는 그를 ‘능구렁이’같다고 표현한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절대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 경우에는 배꼽 빠질 준비를 해야 한다. ‘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리마리용’ 김승용이 박주영과 제일 친한 이유도 개그 내공이 서로 장난이 아닌 것을 알아보는 고수들이기 때문이란 게 주위 사람들의 전언이다.
박주영을 가르쳤던 변병주 청구고 감독은 “박주영이 한마디씩 던질 때는 개그맨 같았다”고 회상했다. 또 ‘선생님’하면서 능청스럽게 농담을 건넬 때는 정말 귀여웠다고 말한다. 변 감독은 “박주영의 침착함은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는 성격에서 나온다”면서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농담도 건넬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TV를 잘 시청하지 않는 박주영이 그나마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웃찾사>인 사실은 그가 스무 살 청년이란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으로는 여유와 유머를 간직한 남자가 바로 박주영의 본모습이다. 주위에서는 박주영이 전형적인 외유내강이라고 말한다. 특히 박주영은 이런 성격상의 강점을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FC서울의 강명원 차장은 “감정의 기복이 없는 게 박주영의 장점이다. 다만 언론을 대할 때는 너무 정답만 얘기해 스타성에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나름대로의 여유를 더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언론과 대중들 앞에서 재치있는 말을 던져 스타로서 몸값을 올렸으면 하지만 박주영의 초지일관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을 관리하는 이동엽 스포츠하우스 부장은 “편한 사람들과는 얘기도 잘 하는 편이다. 공개석상에서 말을 조심하는 것이지 낯가림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요즘 <웃찾사>의 개그 코너를 완벽하게 흉내내면서 동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코칭스태프들도 “그놈 참…”이라며 말을 아끼지만 나이에 비해 의젓한 게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이장수 서울감독은 “성격이 모난 부분이 없고 참 좋다”고 박주영을 칭찬한다. 축구선수는 신체적인 조건도 탁월해야 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어야한다.
박주영을 근거리에서 관리중인 고정운 코치도 박주영의 털털한 성격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다. 고 코치는 “인기가 있다고 건방지게 행동하거나 우쭐대지도 않는다. 입단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조금만 튀었어도 선배들의 미움을 많이 받았을 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 선배들이 주영이를 더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은 감독은 물론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보면서 운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훈련은 그대로 따르지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할 경우엔 과감히 의견을 피력한다. 지난번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박주영은 좋아하는 지도자상을 ‘선수 눈치 보지 않게 하는 지도자’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이장수 감독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신세대다운 발상이면서 축구선수로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주영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할 때 장난치고 싶어하는데 스스로 억누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고 전했다. 박주영의 성공요인을 장외 밖에서 꼽는다면 낙천적인 성격이 한몫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