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조언(골프룰 위반) 등 문제가 많자 대한골프협회는 한때 부모가 자식의 경기를 직접 보는 걸 금지시켰다. TV 중계는 물론 인터넷도 없는 시대였으니 오죽 답답했을까. ‘골프대디’들은 망원경을 들고 클럽하우스에서 가까운 1, 9, 10, 18번홀을 지켜봤다. 이걸로 궁금증을 풀지 못하자 결국 4명은 몰래 길이 아닌 산으로 올라가 딸들의 경기를 망원경으로 살펴보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가장 나이가 어렸던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가 길 찾는 정찰조였는데 한 번은 거름밭(일명 X밭)에 빠지기도 했단다. 망원경을 들고 말이다.
이제는 4명 모두 세계 정상급 선수로 미LPGA를 누비고 있으니 정말 옛날 얘기다.
상황은 변했지만 우리의 ‘대디’들은 여전하다.
김미현의 아버지 김정길씨는 전세계에서 미LPGA 대회가 열리는 코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꼽힌다. 보통 부모들이 경기장을 찾아도 경기 때만 갤러리로 라운드를 도는 데 반해 김씨는 연습라운딩 프로암까지 딸과 함께 코스를 누빈다.
박준철씨는 최근 박세리가 슬럼프에 빠지자 현재 아예 온가족을 데리고 미국에 진을 쳤다. “볼도 못 치는데 가족이라도 옆에서 위로해야 한다”는 것.
역시 사업가로 잘나가던 강수연의 아버지 강봉수씨와 한희원의 아버지 한영관씨도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다시피하며 딸의 골프에 매달렸다. 한영관씨의 경우 딸이 야구스타 출신의 손혁과 결혼한 후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어디 이들 4명뿐이겠는가. 역시 미LPGA 멤버인 전설안의 아버지 전희장씨는 마흔이 넘어 얻은 늦둥이 전설안에게 골프를 가르치면서 나이마저 잊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아버지, 캐디, 매니저, 운전사 노릇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슈퍼루키로 꼽히는 지은희(19)의 아버지 지영기씨는 수상스키 국가대표 현역 감독이다. 딸을 위해 가평 집 근처에 골프연습장을 만들었을 정도. 수상스키를 포기했다가 최근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시대와 사람은 변했지만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를 만든 ‘골프대디’들의 정성은 여전히 대단하고, 또 감동적이다.
스포트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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