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SV 에인트호벤과 재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는 박지성.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갈 가능성도 높다고. | ||
이 사장이 6월 초 귀국할 예정이었다가 귀국을 연기한 이유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 때문이다. PSV와의 재계약 여부를 매듭 짓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이적이 기사화될 경우 양쪽에 부담만 가중시킬 거라는 판단에 어떻게 해서든 6월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박지성과 PSV와의 재계약 협상 과정과 그 이후 벌어진 상황들을 알아본다.
토에서 에인트호벤으로 옮길 때랑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에도 우린 교토 잔류를 희망했다. 그러나 에인트호벤에서 ‘너희들 조건 다 들어줄 테니 무조건 와라’하면서 접근하는 바람에 에인트호벤행을 택한 것이다.”
박지성의 최측근 중 한 명은 최근 불거진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에 대해 PSV구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구단 간에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다. 이 부분은 이미 박지성도 알고 있는 일이라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거론된 첼시와는 별다른 접촉이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는 “프랑스리그의 상위팀에서도 ‘콜’이 온 것으로 알지만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로 못 박고 있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말했다.
그렇다면 박지성이 세계적 명문구단인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박지성측과 PSV구단측이 재계약 협상을 벌인 과정을 보면 그 해답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박지성측이 PSV구단과 협상할 때 참석하는 사람은 이철호 사장과 통역, 그리고 오노 신지의 에이전트로 알려진 데커이다. 반면에 PSV측은 주로 히딩크 감독이 협상의 전방위에 나서며 한국 사람들에게 ‘정’에 호소하는 협상 전략으로 박지성측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히딩크 감독이 자주 하는 말은 “박지성, 옛날을 생각해라. 너 부상 때문에 게임 못 뛸 때 팬들이 널 당장 돌려보내라고 성화였지만 난 그 소리를 무시하고 네가 재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 의리를 봐서라도 팀에 남아 달라”는 내용이라고. 박지성측은 히딩크 감독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 앞에서 “이런 내용으론 계약 못한다. 다른 팀으로 가겠다”는 말을 절대 꺼낼 수 없을 정도라는 것.
▲ 히딩크 에인트호벤 감독 | ||
이적료를 올리는 데 대해 박지성측에서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몸값이 너무 높아 정작 원하는 구단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박지성의 최측근은 “언제까지 히딩크 감독이 PSV에 남아 있으리란 보장도 없고,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없다. 타이밍을 못 맞추면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후회할 수도 있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론 잔류를 생각하지만 팀을 떠날 수도 있다”고 변화된 상황을 설명했다.
서로가 원하는 계약 내용을 받아본 뒤 양측의 반응이 똑같았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한 마디로 서로 요구하는 내용들이 너무 터무니없어 ‘황당하다’고 말을 했다는 것.
박지성의 에이전트를 통해 박지성의 요구 조건을 받아든 히딩크 감독이 다음날 박지성의 아버지와 박지성을 구단으로 조용히 불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희 에이전트가 우리 구단에 어떤 요구를 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는 것.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모른다”고 잡아뗐고 옆에 앉아있던 박지성은 얼굴이 벌게진 채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히딩크 감독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협상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충고했지만 박지성측에선 오히려 PSV측에서 너무 심한 요구를 하는 데 대해 안타까워한다. 이적료를 높이고 계약기간을 연장시키면서 박지성을 오랫동안 잡아두려는 것이 박지성측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관심을 모았던 연봉은 1백만달러 수준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PSV에서 최고 연봉을 받은 선수는 반 봄멜로 1백20만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반 봄멜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난 이후 PSV에선 박지성에게 톱클래스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대신 다른 리그의 톱 수준은 원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는 것.
박지성은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재계약 문제가 지지부진하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 행여 히딩크 감독과 운동장에서 얼굴 붉히는 일이 있을까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한편 선수들의 심리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이번 박지성 재계약건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변칙 플레이’로 박지성측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려했다. 한국의 친분 있는 스포츠신문 기자에게 ‘일부러’ 안정환의 전화번호를 물어본 것. 히딩크 감독이 안정환의 연락처를 알고자 하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 일부러 박지성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기자에게 안정환의 전화번호를 물어 박지성측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물론 그 기자는 안정환의 에인트호벤행을 언급하는 기사를 써 한때 안정환의 에인트호벤 진출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