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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프레레호 감독 | ||
조 본프레레 감독을 두고 많은 축구인들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낙마의 위기 때마다 승리를 거둬들이는 바람에 대표팀 ‘선장’ 역할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9일 쿠웨이트전 전까지만 해도 본프레레 감독은 또 한 차례의 위기를 맞이했었다.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일정을 치르며 사우디 원정 패배(3월25일 0-2패), 우즈벡전 무승부(6월3일 1-1무) 등의 졸전으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은 쿠웨이트전에서 4-0 대승을 이끌며 난파 위기에 처한 ‘선장’을 구해냈다.
한국축구대표팀이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뤄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축구팬들은 본프레레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서 물음표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축구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사커월드(www.soccer4u.co.kr)’ 게시판에는 쿠웨이트전 대승에도 불구하고 “본프레레 감독 경질, 지금이 적기다”라는 의견이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쿠웨이트전 대승은 마냥 기뻐할 만한 승리는 아니다. 물론 우즈벡전에 이은 2경기 연속골에 이동국의 PK골까지 얻어낸 ‘슈퍼루키’ 박주영의 대표팀 적응완료라든가, 부실한 수비라인의 대안으로 떠오른 수비수 김한윤의 발견 등은 큰 수확이었다. 하지만 쿠웨이트전 승리로 자칫 본프레레호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덮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쿠웨이트전 대승은 본프레레 감독의 지도력이나, 치밀한 전술이 빚어낸 작품이라기보다는 사우디전 0-3 패배 후 국민적 냉대와 질책 속에 분열된 쿠웨이트 대표팀의 자멸에 가깝다. 물론 아무리 기세가 꺾인 쿠웨이트라도 한국 선수들의 사막 더위 속 분전이 아니었더라면 그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 하지만 이 역시 감독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적 우위와 우즈벡전 패배로 인한 한국 선수들의 정신무장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쿠웨이트전을 앞둔 본프레레호의 현지 도착 첫 훈련 당시, 이를 지켜보던 쿠웨이트 일간지 <알 안바>의 축구전문기자인 사미르 부사드는 “한국이 쿠웨이트를 3-0 정도로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단순한 립 서비스로 치부하자 부사드는 좀 더 진지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쿠웨이트-사우디전은 역사적 감정 때문에 마치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그런 경기에서 대패한 후 쿠웨이트대표팀은 국민적 지탄을 받았고, 선수들도, 새 감독도 한국전에 대한 의지마저 상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기결과를 정확히 맞히지는 못했지만 한국-쿠웨이트전에 대한 그의 예상은 거의 비슷한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대표팀의 승리를 호언장담하던 부사드 기자는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옮기자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 악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8년과 2001년 본프레레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 알 와다 클럽을 맡았을 당시, 선수 장악력이나 전술 부재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결국 뒤끝이 좋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사실 본프레레 감독이 쿠엘류 전 감독에 이어 한국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는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했을 때 한국처럼 훌륭한 팀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매우 의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취재진들의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집트의 평가전을 취재하기 위해 방한했던 이집트 축구전문기자들은 한국취재진들에게 “본프레레 감독이 잘하고 있느냐, 한국 축구팬들의 반응은 어떠냐”고 질문해 왔다. 그들은 “본프레레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그 본프레레가 이집트 알 알리 클럽 감독을 지낸 그 본프레레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나중에야 동일인임을 알고 한국이 왜 그를 감독으로 선임했는지 정말 궁금하다”는 의문점을 표현했다.
이상한 것은 본프레레 감독은 98년 알 와다 감독 당시 팀을 UAE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2년 알 알리(이집트)에서는 팀을 리그 준우승으로 이끄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이런 악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프레레 감독의 한국대표팀 출범 이후 성적을 살펴보면 쿠엘류 감독 시절처럼 오만이나 베트남 등의 약체에 패한다거나 몰디브와 비기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지는 않았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이 이번 최종예선과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에 걸쳐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했던 것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적 또한 부족하다. 문제는 98프랑스월드컵을 앞둔 한국대표팀이 최종예선에서 일본 카자흐스탄 UAE 우즈벡과 한 조에 속해 6승1무1패의 호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하고도 정작 본선에서는 멕시코(1-3패) 네덜란드(0-5)에 대패하고 벨기에(1-1무)에 비긴 뒤 조예선에서 탈락했을 만큼 세계무대의 벽이 높다는 사실이다.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지금의 전력을 가지고는 ‘월드컵 4강 재현’은 단순히 무모한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축구협회 고위층 인사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명식 스포츠투데이 기자 pa@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