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은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고교시절 플레이 모습(오른쪽 11번). | ||
이와 관련해 박주영의 고등학교 은사인 변병주 대구 청구고 감독은 “잘 알아듣고 잘 받아들이니 바로 천재 아니냐”며 “커버플레이 할 때와 벗어날 때, 그리고 드리블할 때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고 회고했다. 또 “골키퍼의 움직임을 파악해 어떻게 슈팅하는지를 가르쳐 주면 그 이상의 움직임까지 파악해냈다. 응용력에다 침착함까지 두루 갖췄다는 게 바로 박주영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변 감독은 또 “때때로 벅찬 보강훈련을 앞두고 분위기가 경직되면 주장인 주영이가 나서서 (운동장 반대편 수돗가를 가리키며) ‘물 한잔씩 마시고 할까요’라는 농담을 던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되돌리곤 했다”며 “엉뚱하지만 뛰어났고 여기에 친화력까지 갖췄다”고 극찬했다. 공도 잘 차고 인간관계까지 좋은 팔방미인형 천재였다는 얘기다.
여기에 박주영의 타고난 운동감각은 천재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플라비오 FC서울 피지컬코치는 “박주영이 다른 선수와 다른 점은 엄청난 순발력과 반응속도에 있다”며 “이는 신이 내려준 선물이다”라고 못박았다. 공 없이 달릴 때보다 드리블할 때의 주력이 더 빠르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박주영은 지인들 사이에선 ‘근육맨’으로 불린다. 소속사 스포츠하우스의 이동엽 부장은 “그 자리에서 쉬지 않고 70kg짜리 역기를 수차례 들었다 놓는다”고 전했다. 박주영은 실제로도 가슴둘레 34인치, 허벅지 74cm의 건장한 체격을 지녔다.
근력강화를 위한 박주영의 웨이트훈련은 청구고 시절부터 시작됐다. 변병주 감독은 “고교 2학년 동계훈련 때부터 몸싸움에 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시켰다”며 “파워가 강해지자 스피드도 저절로 빨라졌다”고 회상했다. 또 “상체와 하체, 복근과 잔근육을 가리지 않고 근육 자체가 원래 튼실하다. 부드러우면서 강한 근육이라는 게 남과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흥수 FC서울 부주치의는 최근 가진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주영이의 근력 자체가 원래 특별히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라는 ‘의외의’ 사실을 털어놨다. “근력이 유연하면서도 조화가 잘됐다. 보통 근육의 유연성과 안정성은 반비례하지만 주영이의 경우 모두 뛰어났다”며 “이는 양보다 질이 좋다는 말로 압축된다”고 전했다. 김 부주치의는 “주영이도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인대와 힘줄에 손상부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후천적 훈련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세계청소년대회 나이지리아전에서 박주영은 후반 44분 오른발 인사이드로 감아 차 수비벽을 넘어 골문 왼쪽으로 떨어지는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박주영은 한 달 전인 지난 5월18일 K리그 광주전에서도 나이지리아전에서처럼 그림 같은 프리킥을 선보인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수비수 4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넣은 마술 같은 드리블 장면은 박주영을 소개하는 방송의 단골손님이다. KBS 1TV는
박주영의 이 같은 프리킥과 드리블 능력은 발목의 유연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FC서울 주치의 이경태 박사(을지병원 족부클리닉)는 박주영의 발목인대는 보통사람보다 월등히 유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킥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장수 FC서울 감독도 “발목이 유연하지 않으면 그런 킥과 드리블이 나올 수 없다”며 박주영을 평가했다.
박주영의 100m 달리기 시간은 12초. 국내 K리그 선수들의 100m 달리기 평균기록이 12초대임을 감안하면 특출나게 빠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순간반응 속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박주영의 반응시간(상황을 인지하고 몸이 움직이는 시간)은 0.220초로 일반선수들(평균 0.350초)보다 0.130초 정도 빠르기 때문이다.
상대보다 1∼2m 앞서면 공을 선점할 수 있는 것이 축구경기인 까닭에 박주영의 빠른 반응시간은 그만큼 상대편에 치명적이다. 박주영이 자신에게 투입되는 패스를 상대 수비수와 동시에 인식한다 해도 공을 먼저 차지하기 때문이다. 종종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력화시키는 박주영의 빠른 순간침투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수비수가 오프사이드를 만들기 위해 빠져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대 진영으로 뛰어든다는 것.
이장수 FC서울 감독은 “일단 자세가 낮기 때문에 순발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본기를 탄탄히 익힌 데다 워낙 순간속도가 빨라 킬러로서의 자격을 갖췄다”며 박주영의 순간침투능력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임종률 스포츠투데이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