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세이브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의 정재훈은 홈런을 맞아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배칠수(배): 현재 19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세이브왕 영순위인데 이런 기록이라면 정규리그에 40세이브 정도는 가뿐하게 달성할 수 있겠어요.
정재훈(정): 후반기는 게임수가 전반기에 비해 적어요. 글쎄요, 40세이브라? 쉽지만은 않은 목표인데요.
배: 얼마 전 SK전서 이호준 선수한테 홈런 맞았죠? 그때가 첫 블론세이브(세이브를 날렸다는 뜻) 아닌가요?
정: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4-2에 등판해서 홈런 한 방에 4-4 만들어 놓고 내려왔는데 결국 우리가 졌어요.
배: 그냥 포볼로 내보내지 그랬어요?
정: 잘 모르시나본데 안타로 나갔을 때보다 포볼로 나갈 때가 더 위험해요. 포볼은 공짜지만 안타는 수비가 잡을 확률이 크잖아요.
배: 이 사람이…. 마치 동생 달래주듯이 얘기하네. 나도 야구 좀 했다는 걸 모르는구나.
정: 봤어요. 동대문야구장에서 하시는 거. 그런데 솔직히 야구선수할 몸은 아니신 것 같아요.
배: 허허 참. 내가 중요한 순간에 안타 친 건 안 봤구나.
정: 에이, 저보다 나이가 한참 많으실 것 같은데, 야구하시기엔 좀 무리예요.
배: 아니, 이젠 아예 대놓고 뭐라 하네. 내가 심재학이랑 동갑이라니까. 나이 얘긴 그만하죠. 팬들이 정재훈 선수에게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 중 한 가지가 작년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래요. 구질을 특별히 개발했느냐는 내용도 있어요.
정: 특별한 건 없는데. 아, 굳이 다른 걸 꼽는다면 작년보다 싱커를 많이 쓴다는 거? 아무래도 마무리는 책임감이 훨씬 크죠. 그런 점이 팬들한테는 다른 모습으로 비쳤을지도 몰라요.
▲ 개그맨 배칠수(왼쪽)와, 정재훈 선수. | ||
정: 그런 부분보다는 긴장감에 적응이 된 게 조금 나태해지고 풀렸어요.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안 해요. 오히려 지금 이런 위기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배: 생각이 참 긍정적이네요. 우리도 생방송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할 때가 있거든요. 처음엔 무지 속상해요. 그러다 5분 정도 지나면 내일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죠.
정: 저도 마운드에서 홈런 맞고 서 있으려면 오만가지 생각들이 오고가요. 처음엔 수비수들을 원망도 해보고 남의 탓으로 돌리다가도 결국엔 모든 게 제 탓이더라구요. 실수는 빨리 잊는 게 ‘장땡’이에요.
배: 여름철이라 체력적으로 부대끼지는 않아요?
정: 전 겨울보다 여름이 훨씬 좋아요. 몸이 굳질 않으니까. 마무리는 이닝수는 적어도 게임수가 많거든요. 몸 풀 시간이 짧기 때문에 날씨가 더운 게 오히려 낫죠.
배: 참, 궁금한 게 있어요. 질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몸 안 풀고 있다가 8회 정도에 경기가 확 뒤집히면 어떻게 해요? 몸을 풀지도 않았는데.
정: 경기가 확 뒤집히면 저도 몸을 확 풀어요. 하하하. 선발투수는 중간이나 마무리하기 힘들어요. 짧은 시간에 몸 푸는 데 익숙지가 않아서.
배: 투수들한테 빼놓을 수 없는 질문! 어떤 타자가 가장 까다로운가요?
정: 사실 루키든, 베테랑이든 타자도 200% 집중하고, 투수도 200% 집중하는 거잖아요. 전 확실한 자기 코스가 있는 타자가 상대하기 더 어려워요. 그런 점에서 한화의 데이비스는 제 볼을 잘 치기도 하지만 제가 이상하게도 그 선수 앞에선 실투를 많이 해요. 그런데 실명은 공개하지 말아주세요.
배: 알았어요. 한화의 좌타자 용병, 뭐 이렇게 표현하면 되는 거죠? 하하.
정: 에이 그럼, 저 이제 인터뷰 못해요.
배: 안 해도 돼요. 거의 끝나가니까. ^.^ 여자친구 있죠?
정: 마치 알고 물어보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2년 정도 사귄 여친이 있어요.
배: 그럼 그 여친은 정재훈 선수 연봉에 꽤 관심이 많겠네. 내년엔 괜찮겠죠? 지금 성적대로 간다면?
정: 제 여친은 연봉에 관심 없어요.
배: 오늘 전화해서 솔직히 말하라고 해보세요. 연봉에 관심 없나. 없다면 제가 한 번 만나 보죠. 마지막 질문! 앞으로 큰 ‘숙제’가 남았네요.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잖아요.
정: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있잖아요. 열심히 해서 한번 기대를 걸어보려구요. 안 되면 할 수 없죠. 뭐.
배: 그래요. 아프지 말고 오랫동안 야구 잘 하는 선수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