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은 신청일인 3월 2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다. 선관위는 이때까지만 획정안이 통과되면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예비후보자로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간이라고는 후보 등록 전까지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마저도 새누리당의 경우 당 경선 준비 기간을 빼면 고작 10여 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현역국회의원이나 지역변동 없는 선거구 또는 인구가 많은 지역의 예비후보자는 조금이지만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통폐합됐지만, 인구가 적은 선거구(예를 들면 의령함안밀양창녕 선거구)의 후보자에겐 시간이 턱도 없다. 예비후보자가 새로운 지역에서 자신을 알릴 마땅한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냥 거지처럼 길거리에서 표를 구걸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하소연한다.
특히, 의령ㆍ함안ㆍ합천 출신 예비후보자들은 기존의 선거구보다 몇 배로 늘어난 지역을 돌아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또 지역민으로서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후보자를 타인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주워들은 평면적이고 단순한 정보나 달랑 명함 한 장으로만 판단해야 할 지경이다. 도저히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치러질 선거라고는 볼 수 없다.
인구가 적은 곳에서 통폐합된 선거구에서는 평등하고 정정당당한 선거는 물 건너갔다는 예비후보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역국회의원과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 출신의 후보가 인지도 등 다수의 부분에서 월등히 유리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의령ㆍ함안의 한 예비후보는 “현역국회의원과 대결할 경우, 마치 마라톤 반환점까지 달려온 예비후보자에게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자며 결승점을 향해 냅다 달리는 얌체 짓과도 같아 보여 공정하지 못하고 비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또 “인구가 많고 넓은 지역의 예비후보자와 경쟁할 경우는 중량급 권투선수와 경량급 선수의 경기와도 같다. 이미 알려진 사람과 이제 시작하는 사람이 공평한 시합을 할 수는 없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의 경우 전략 공천이 아닌 국민경선이라는 법 때문에 인구가 적은 지역 출신의 예비후보는 최후의 발악도 못 할 지경이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한 주민은 “우리 지역에서는 당선자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변방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등의 자조 섞인 불만들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 언제까지 자신의 표밭이라 안심하면 호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밀양은 무소속 시장이 당선된 지역이고 의령함안합천에서도 무소속 군수가 당선된 지역이다. 언제까지 이들 지역을 방관할지 두고 볼 일이다.”라며 경고했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통폐합된 선거구의 주민들은 이번 획정은 명백한 게리맨더링 선거구 획정이라고 확신한다. 정치인이 아무리 변명해도 국민이 인정하면 그것이 정답이다. 그들 스스로 국민의 대변자요, 국민의 대표자라 자처해 놓고 인제 와서 무슨 딴소리를 지껄여서는 안 된다는 등의 강한 불신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은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찍이 세종대왕도 어려운 한자 대신 언문을 만들어 국민을 위했다. 국민은 거짓을 치장한 미사여구에 신물이 날 지경인데도 정치인은 온갖 잡스러운 짓으로 신뢰를 스스로 다 잃고 있다. 그래놓고 고작 엉터리 선거구획정 하나를 두고 ‘우리가 해냈습니다.’라며 자화자찬할 것인가? ‘혹시나’하는 기대도 하지 마라 ‘역시나’라는 결과밖에 보여주지 못한 19대 국회의원들이 기대하기에는 너무 지나치다. 이미 국민은 그들의 미숙한 아니 형편없는 그들의 능력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래서 정치권이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 속마음이 이런데도 정치권에서 정당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정신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라 취급받거나 스스로 게리맨더링 선거구획정과 밀실야합을 인정하는 정치 감각이 부족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조롱을 자초하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으로 신인에 절대 불리한 조건, 현역국회의원에 절대 유리한 시간 등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국민의 무관심이 심해질 것이고 제도개선요구, 헌법소원, 무효소송 등 단체행동의 후폭풍도 거셀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 만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그냥 또다시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면 될 일이다. 그게 그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국민은 이제 너무 지쳤다. 식상한 짓거리들,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치권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몇 가지 제안 한다.
정치권에서 신뢰를 회복할 방법에는 ‘19대 현역 국회의원 모두가 총선출마 포기를 선언’하는 방법이 있다. 최고라며 권하고 싶다. 모든 국민이 환호하며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거기에다 더 큰 효과를 보려거든, 지역적인 상황을 십분 고려하여 지역성을 살리고 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선거일을 연기하여 유권자와 후보가 모두 공감하는 선거운동 기간을 보장해라! 전체 선거구가 안 되면 통폐합지역에서라도 가능하게 만들어라! 차선책이지만 꽤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것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전략공천을 해라! 대부분 지역민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물로 전략공천해라! 단, 정치적으로 비리나 손가락질을 받은 일이 없는 후보를 골라 공천해라! 정치 관련 비리가 있거나 철새정치인,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자 등을 배제한 참신한 후보, 정직하게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라! 공천은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추천이 되어야 한다. 뻔한 논리지만, 소외됐다고 자조하는 지역민의 반발이 약간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제안이 우습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은 정치인이 더 우습고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의 경우 캐스팅보드역할 지역은 창녕이다. 그래서 요즘 후보자들이 그쪽으로 몰리고 있다. 크고 작은 행사를 구분치 않고 행사장 입구에는 10여 명의 후보자가 명함을 돌리며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지역민으로선 이 역시 곤혹이다. 누가 어떤 사람인지 명함 1장으로 후보자를 판단할 수도 없고 한꺼번에 10장이 넘는 명함을 받는 것도 일종의 공해다.
제발, 작은 부분에서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냄새라도 나게끔 노력해라! 국민이 실낱같은 신뢰라도 가질 수 있도록 역전의 카드를 내밀 수 있기를 허망한 심정으로 기대해 본다.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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