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한 박지성이 당당하게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
박지성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보던 로이 킨, 라이언 긱스, 웨인 루니, 반 니스텔루이 등과 직접 몸을 부딪치면서도 자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이었다.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룬 박지성. 그의 맨체스터 생활의 시작을 함께했다.
실력으로 뽑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프로축구 구단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선수들을 영입한다. 하나는 경영진의 판단에 의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감독이 원해서 뽑는 경우다. 박지성은 후자라고 단언할 수 있다.
맨체스터에는 2만여 명의 중국인이 있다. 이들은 맨체스터 시내에 차이나 타운을 형성하고 있고 최고의 노른자위 건물과 땅을 보유하고 있다. 맨체스터에서 중국인들이 돈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년 전 영입한 덩팡저우는 철저히 중국인들을 겨냥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영진의 마케팅 수단이다. 덩팡저우는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채 벨기에 앤트워프로 임대됐다. 물론 덩팡저우는 중국 투어경기에 합류한다.
3백여 명에 불과한 한국인 교민들을 상대로 박지성을 영입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진정한 필요에 따라 실력으로 뽑힌 선수가 박지성이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습구장. 박지성은 이곳에서 긱스 등 대스타들과 몸을 부딪쳤다. | ||
박지성은 국내 축구선수 중 만만치 않은 ‘순둥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맨체스터에 도착한 뒤 박지성의 눈빛이 달라졌다. 에인트호벤에서 관중들의 야유를 받을 당시를 회상하던 박지성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박지성은 “오기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투쟁심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지금이 절대 나의 한계가 아니다.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기자들과의 인터뷰 중에도 이전과 달리 “물어볼 것을 물어보라”고 핀잔을 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박지성을 몇 년 간 지켜본 기자들은 박지성의 변화에 적잖이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박지성은 오히려 건방지게 변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강한 성격으로 거듭나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세계 최고 선수들의 모임인 만큼 생존의 치열한 내몰림도 만만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인정받는 유럽리거
박지성이 처음으로 팀 훈련에 합류했을 때 박지성에게 먼저 찾아와 인사를 건넨 선수는 반 니스텔루이와 반 데 사르였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들은 박지성이 에인트호벤에서 뛰었다는 사실에 깊은 공감대를 표시했다. 특히 반 니스텔루이는 에인트호벤에서 3년간 뛴 경험이 있어 박지성에게 더욱 애정을 표시했다. 반 데 사르도 마치 네덜란드 후배를 본 것처럼 살갑게 대했다. 박지성이 네덜란드 리그를 거치지 않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직행했다면 절대 가질 수 없는 환대였다. 또 퍼거슨 감독이 반했다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 AC밀란전에서 박지성이 터트린 골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박지성이 유럽축구의 결정판인 챔피언스리그에서 멋진 골을 터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지성을 진정한 유럽리거의 당당한 한 축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겨운 적 없었다
정말 뻔한 대답이었지만 박지성의 답은 현답이었다. 축구는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박지성은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축구는 재미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박지성은 단 한 번도 축구가 지겨웠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즐거워하는 일이기 때문에 돈도 모이고 어느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나름의 가치관이 확실했다.
국민들의 관심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부담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부터 오전 오후 훈련을 소화해 조금은 피곤하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피곤도 금방 풀린다는 박지성. 8월13일 시작되는 시즌에서 박지성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축구로 국민들에게 보는 재미를 가져다줄지 벌써부터 한 달 뒤가 기다려진다.
맨체스터=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