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 선수. |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올스타전을 끝내고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가장 큰 화제는 미국 시간 7월31일로 정해진 트레이드 데드라인이다. 포스트 시즌을 노리는 팀들과 반대로 올 시즌을 접고 내년 혹은 그 이후를 위해 준비를 시작한 팀들이 앞으로 열흘 남짓 활발한 트레이드 협상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국내 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끌 수 있는 트레이드 대상 선수가 바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서재응(28)과 김선우(28)다.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뛰고 있는 서재응은 올 시즌 초반 빅리그에서 반짝했다가 마이너로 내려간 뒤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반면에 김선우는 방출 수모를 거쳐 마이너 계약을 체결,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 뉴올리언스 제퍼스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5월 말 빅리그에 복귀, 아직까지는 로스터의 한 자리를 지키며 구원 투수로 뛰고 있다.
그러나 소속팀 내에서 두 선수의 위치는 계속 불안하기만 하다. 서재응은 트리플A에서 눈부신 역투에도 불구하고 빅리그 복귀는 요원해 보인다. 김선우는 주로 구원 투수로 기용되는데 기용 빈도수도 떨어질 뿐 아니라, 언제 다시 마이너로 내려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재응은 전반기에 트리플A서 16경기 선발로 나서 7승3패에 방어율 3.19를 기록했다. 특히 서재응은 13경기 연속 ‘퀼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에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고 다른 선발 투수들보다 2~3경기 정도 등판수가 적었음에도 104와 1/3이닝을 소화하면서 이닝수 리그 4위에 올랐다.
이미 뉴욕 언론과 팬들 사이에선 서재응의 호투 소식에 흥분하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시이 카즈히사(2승8패 방어율 5.57)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고 서재응을 투입하라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메츠 구단은 아직까지 돌아앉은 돌부처 같은 태도다.
물론 변화의 조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윌리 랜돌프 감독은 후반기 로테이션을 짜면서 애틀랜타와의 첫 4연전에 크리스 벤슨-톰 글래빈-빅토르 잼브라노-페드로 마르티네스를 투입했다. 이시이는 일단 첫 4연전에서 빠졌고, 순번을 건너뛸 정도로 신임을 잃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랜돌프 감독은 여전히 이시이를 앞으로 계속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고, 혹시 이시이가 로테이션에서 빠진다고 해도 5선발 후보로는 릭 패터슨 투수 코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애런 해일맨이 서재응보다 우선 순위다.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메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맡을 만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서재응이지만 현실은 매정하기만 하다.
▲ 김선우 선수. 로이터/뉴시스 | ||
그런데 괴팍한 프랭크 로빈슨 감독의 눈밖에 한번 난 이후로는 좀처럼 만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니 결국은 방출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너 계약을 맺은 김선우는 주전들의 부상이 이어지자 지난 5월27일 빅리그에 복귀했지만 두 번의 선발 경기를 비롯해 9게임에 기용된 것이 전부다. 그나마 패전 처리거나 어쩔 수 없이 구원 투수진이 부족할 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전반기 성적은 1승2패에 4.37. 그러나 후반기 김선우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상에서 회복중인 중간 구원투수 안토니오 오수나가 마이너에서 재활 등판을 시작했고, 노장 왼손 구원투수 CJ 닛코스키도 마이너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현재 워싱턴 구원 투수진은 최강 마무리 채드 코데로(31세이브)를 비롯해 카라스코(방어율 2.43) 아얄라(3.06) 개리 마제스키(3.21) 등이 막강하다. 그렇다고 선발 자리가 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리반 에르난데스를 시작으로 에스테반 로아이자, 토니 아마스 주니어, 라이언 드리스, 존 패터슨 등이 탄탄히 버티고 있다. 자칫하면 또 마이너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두 선수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7월 말 전에 트레이드돼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 7월의 트레이드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포스트 시즌을 노리는 팀이 능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선수를 영입하면서 팀의 유망주들을 내주게 되는데, 서재응과 김선우는 재건을 노리는 팀들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올라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워싱턴과 메츠는 포스트 시즌 진출 희망을 걸고 있는 팀이라 거물급 선수 영입을 시도하고 있어, 서재응과 김선우에게 새로운 기회가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사실 시즌 초반 빅리그에서 잠깐 뛰면서 2승에 방어율 2.00을 기록했던 서재응은 당시 뉴욕 언론으로부터 ‘당장 양키스로 옮겨도 선발의 중책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서재응의 경우 구단이 욕심을 부려서 계속 묶어둔다 해도 내년 시즌에는 마이너행을 거부하고 프리에이전트가 될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트레이드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김선우의 에이전트사인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박승현씨는 김선우가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데 동의했다. 워싱턴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본인을 위해서나 팀의 입장에서도 트레이드가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
후반기에는 김선우나 서재응이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빅리그 마운드에서 호령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