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의 랜들은 일본 프로무대에서 뛰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케이스. 그의 꿈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장식하는 것이다. | ||
9년 만에 외국인 홈런왕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튼(35)은 미국 마이너리그의 MVP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만년 후보였다. 일리노이 대학을 거쳐 캔자스시티의 마이너리그에서의 첫 3년간 서튼은 두 번의 MVP와 3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차지했고, 2004년 트리플A 알바커키 시절에는 타율 3할7푼3리로 타격왕을 차지하는 활약을 펼쳤는데도 빅리그 주전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현대의 러브콜에 주저하지 않고 태평양을 건넌 서튼은 휴일이면 부인 모니카와 함께 사탕과 과자 바구니를 들고 보육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정도로 성실한 모범생이다. 서튼의 코리안 드림은 알차게 영글고 있는 중이다. 워낙 뛰어난 활약으로 내년 시즌에는 일본에서 뛰는 서튼의 소식을 지면으로나 접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두산 맷 랜들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다. 결혼식에서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은 물론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기타에 노래까지 모두 도맡아 녹음한 CD를 하객들에게 선물했을 정도로 만능 엔터테이너다. 대학에서 영상 제작을 공부한 랜들은 일본 야구에 스카우트됐다가 한국에 자리를 잡은 선수다.
아이다호주에 있는 루이스&클락 유니버시티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썩 괜찮은 투수였던 그는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 2군에 입단했다가 2003년 요미우리 2군팀과 계약을 맺었고, 1군에서 두 번 선발로 등판해 1승1패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 시즌 전반기 구원 투수로 3승을 거두며 맹활약을 펼치던 랜들은 선발 전업 후 부진, 결국 방출됐고, 두산에서 뛰던 개리 레스의 추천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조금 맵기는 하지만 한국 음식도 너무 맛있고 사는 환경도 아주 마음에 든다는 랜들은 부인 달시와 ‘한국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의 코리안 드림은 두산의 우승에 일조하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장식하고 싶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7년을 뛴 경력의 루 클리어(LG)는 과묵한 성격으로 평소에 말이 별로 없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인삼차를 마시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정도로 한국화된 선수다. 한때 퇴출 위기에 몰릴 정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중요한 때 한방을 터뜨려줘 동료들에게도 신망을 얻고 있다. LG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데 반드시 보탬이 되겠다는 그는 은퇴 후 고향 시카고 교외에 ‘클리어 야구 교실’을 열고 어린이들에게 야구와 꿈을 함께 심어주겠다는 희망 속에 오늘도 코리안 드림을 일궈가고 있다.
▲ (왼쪽부터)LG 클리어, 삼성 바르가스, 현대 캘러웨이 | ||
바르가스가 한국으로 건너와서 가장 행복한 이유는 가족들이 대구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인 라모나와 두 자녀,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대구에서 살고 있는데, 가족들은 한국에 오자마자 구단의 도움 없이도 쇼핑을 다니고 외식을 할 정도로 한국의 삶에 익숙해졌다. 늘 불안하고 짜증나서 힘겨웠던 일본에서의 생활과는 천지차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인 미국 동남부의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태어난 미키 캘러웨이(현대)는 고등학교 시절 이미 미래가 보장된 최고 스타였다.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던지며 고교 3년간 21승1패를 기록했고, 2학년 때는 69이닝 동안 1백56개의 삼진을 잡은 기록도 있다.
고교 졸업반 시절 팔꿈치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시시피대학에서 야구 장학생을 거쳐 프로에 뛰어든 캘러웨이는 2002년 시즌 후반기 6게임 에인절스 선발로 나서 2승1패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부상은 계속 그를 괴롭혔다.
올해 초 몇몇 팀이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시했는데 1992년 미국 고교 선발팀으로 방문했던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사냥과 음악이 취미인 캘러웨이는 한국에 와서 노래방이라는 곳을 알고 난 이후로 노래방 나들이가 취미 생활이 됐을 정도다.
캘러웨이는 랜들이나 서튼 등도 꼭 이루고 싶은 ‘또 다른 코리안 드림’을 먼저 이룬 행운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세 커플 모두 아직 아이가 없는데, 캘러웨이 부부가 가장 먼저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행복한 코리안 드림을 이뤄가는 외국인 선수들도 있지만, 반면에 좌절로 끝나는 한국 도전도 많다. 올시즌에만 벌써 8명의 용병들이 퇴출을 당해 고개를 숙였다.
문화도 언어도 음식도 생소한 외국 생활, 게다가 매일 매일 승부가 갈리는 피 말리는 대결장인 프로스포츠에서 스타로 초대받은 손님들. 그러나 빠른 시일내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힘든 도전을 하고 있는 그들의 삶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험난한 여정인 것이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