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인은 “지금껏 본프레레는 박주영이나 박지성 같은 ‘해결사’가 없는 경기에서는 특별한 전술 변화 없이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전에서 본프레레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상식과 김정우를 동시에 기용했다. 북한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많은 축구인들은 홈 이점을 업은 한국이 한 수 아래 중국과의 경기에서 왜 수비위주의 전술을 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중국이 경기 초반 1명이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전술변화가 전혀 없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중국전 미드필드진 구성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용병술”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처럼 선수기용, 전술 등에 대한 축구계와 언론의 불만은 결국 본프레레 감독의 유아독존식 ‘고집’을 문제 삼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의 고집은 대표팀 내에서 유명하다. 물론 감독이 자신의 전술이나 선수기용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대표팀 외부의 축구 전문가 집단이나 언론이 제기하는 상식선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대해 대표팀 내부 소식에 정통한 축구인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도 하지만 피해의식도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잘 알고 있어 조그만 비판에도 히딩크 감독과 비교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본의 아닌 ‘아집’으로 굳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러 정보와 목소리를 전달해 줄 코치진이 히딩크 때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현재 이춘석 코치, 정기동 골키퍼 코치, 로베르트 야스퍼트 피지컬 트레이너 등 코칭스태프 세 명의 보좌를 받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서는 절대 소수다. 히딩크 감독은 핌 베어벡 수석코치, 얀 룰프스 전력분석관 및 해외언론 담당관이 있었다.
한국인 코치는 잘 알려진 대로 박항서 코치, 정해성 코치,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있었다. 또 아프신 코트비 비디오 분석관은 비디오 자료 분석을 담당했다. 여기에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에 합류시켰던 레이몬드 베르하이엔 피지컬 트레이너도 데리고 왔었다. 히딩크 스스로 다양한 의사소통의 창구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고집도 고집이지만, 본프레레가 한국 코치들의 ‘경험’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한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히딩크는 처음에 문화적 차이로 인해 마찰도 있었지만 한국 스태프들이나 기술위원회의 조언을 경청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본프레레의 경우, 한국인 코치들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축구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실제 허정무 현 전남 감독이 대표팀 수석코치시절 본프레레 감독과 충돌한 이유가 본프레레 감독이 허 감독의 조언을 무시했던 점에 기인했다는 사실은 축구계에서 널리 알려진 얘기다.
매몰찬 여론을 최근 감지한 탓일까. 본프레레 감독은 기존 입장을 바꿔 축구협회에 수석코치 보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간 축구협회는 코칭스태프 보강을 위해 본프레레 감독에게 “감독이 결정해서 코치진을 더 데려오라”고 제안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괜찮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협회는 물론, 본프레레 역시 본인이 원하는 적당한 수석 코치감을 찾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적잖다. 전 대표팀 관계자는 “사실 본프레레 감독은 유럽축구에서는 낯선 인물이다. 본프레레가 그간 코치의 추가 수혈이 필요 없다고 한 이유는 본인을 따라올 만한 인물이 없었던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힐난했다.
실제 히딩크 감독의 전력분석관이었던 얀 룰프스가 “본프레레는 네덜란드에서 3류 지도자”라고 비하할 정도로 본프레레의 입지는 자기 조국에서조차 넓은 편이 못된다.
한편, 축구계 내부에서는 본프레레에 대한 불신이 널리 확대된 상황에서 자칫 월드컵에서까지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지 못할 경우, 한국 축구계에 닥쳐올 ‘소용돌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전 대표팀 관계자는 “본프레레 감독이 지금처럼 독불장군식으로 밀고 나간 뒤 2006 독일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망신당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책임은 온전히 축구협회가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축구협회는 현재 “월드컵 본선진출이란 1차 목표를 달성한 감독을 교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점은 독일 월드컵 이후다.
만약 성적이 신통치 않을 경우에도 결과에 응당 책임 소재를 가릴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본프레레는 월드컵까지가 계약 기간이다. 벌써부터 월드컵 성적 여하를 따진다는 것이 너무 앞서가는 것은 분명하다. 월드컵의 성적이 비교적 좋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경우, 본프레레는 월드컵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분명한 책임 소재를 탓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팀 감독 A씨는 “본프레레가 네덜란드로 돌아가면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겠느냐”면서 “시끄럽다가 곧 잠잠해지고 말 것”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A씨는 “기술위원회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감독에게 한마디 말도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축구협회의 결단을 요구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어차피 떠날 외국인 감독이란 사실임을 잊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