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이영양증은 골격근의 퇴화가 진행돼 근육의 약화, 구축, 변형을 보이는 만성적 질환으로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다. 신체의 장애를 가져와서 결국엔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며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 4일 대구대 경산캠퍼스 장애학생지원센터 앞에서 강씨 형제와 어머니 이윤미씨가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부터 강석준, 이윤미, 강석현 순) (사진=대구대 제공)
올해 대구대 사회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한 강석준(19)씨는 2년 전 같은 대학 행정학과에 입학한 강석현(21, 3년)씨와 함께 새롭게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다.
형 석현씨와 동생 석준씨는 각각 8살 때와 6살 때 근이영양증 증세가 나타나 초등학교 때부터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석준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병세가 더욱 악화됐다.
석준씨는 한시라도 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웠기에 대학 진학에도 회의적이었던 것. 하지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형의 조언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는 “형은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저를 잘 이해해주는 존재”라며, “평소 형이 대학 생활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주었기에 자연스럽게 대구대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입학까지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석현씨는 현재 대구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며 공무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원래 자동차 분야에 관심이 많았지만 몸을 많이 써야하는 이공계 특성상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진로를 바꿨다.
학창시절 역사와 사회 과목을 좋아했던 석준씨도 사회학으로 전공을 정했다.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었던 그는 “어떤 분야를 공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지금 제가 ‘병원’이 아닌 ‘대학’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다”고 전했다.
이렇듯 자녀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이윤미(46)씨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 이씨는 강씨 형제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진학시키면서 그동안 등·하교를 비롯해 온갖 뒷바라지를 해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석준씨가 쓰러진 이후 1년간은 학교에 상주하다시피하며 강씨를 돌봤으며, 지금도 매일같이 집이 있는 대구 칠곡에서 대구대 경산캠퍼스까지 자녀들을 통학시키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언제든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죽는 날까지 아이들의 손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장애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기숙사를 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3월 국립특수교육원이 발표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에서 5회 연속(전회)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대구대는 현재 200여명의 장애학생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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