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왼쪽), 서재응. 스포츠투데이 | ||
리그별로 동·중·서의 3개조가 편성돼 조 우승을 차지한 6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거기다가 조 우승팀들을 제외한 나머지 팀 중에 가장 성적이 좋은 한 팀씩이 와일드카드를 쥐고 포스트시즌에 진출, 총 8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많은 팀들이 시즌 막판까지 혼전을 벌이는 일이 빈번해져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올해는 각 조에 따라 혼전이 벌어지는 곳도 있고 이미 우승 판도가 가려진 곳도 있는데 유독 와일드카드 쟁탈전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그리고 그 전투 와중에 몇몇 한국 선수들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안고 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 중에 콜로라도 로키스의 김병현과 김선우는 일단 올해는 포스트시즌의 꿈을 접어야 할 입장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조 소속인 콜로라도는 최하위에 처져 있어 조 우승은 물론 와일드카드 쟁취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머지 박찬호와 서재응, 최희섭 등은 아직도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안고 있다. 그중 가장 근접한 것이 박찬호다. 시즌 중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된 박찬호는 행운의 사나이가 아닐 수 없다. 트레이드 당시 AL 2위이던 텍사스는 3위로 떨어지며 이미 포스트시즌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반면에 샌디에이고는 후반기 부진을 거듭하면서도 빅리그에서 최약체 조에 속했다는 행운으로 8일 현재 70승69패의 저조한 성적으로도 NL 서부조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박찬호는 최희섭과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최희섭의 LA 다저스가 샌디에이고와 같은 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최근 부진한 다저스는 2위 자리마저 상승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내주며 8일 현재 63승76패로 샌디에이고에 7게임차로 뒤진 NL 서부조 3위에 밀려나 있다. 물론 아직 20게임 이상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산상으로는 역전이 가능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두 선수의 경우 역할에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박찬호는 선발 투수로 5일마다 등판해 본인의 활약 여부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 박찬호는 7게임에 등판해 4승2패를 기록했다. 게임당 이닝수가 5이닝을 겨우 넘기고, 방어율은 6.37로 형편없지만 고비마다 관록을 과시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등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 남은 시즌 4~5게임에 더 등판할 수 있는데 3승 정도를 추가해준다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올해로 빅리그 데뷔 11년째인 박찬호는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경험이 없다. 지난 96년 LA 다저스 시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 애틀랜타에 3연패하는 동안 줄곧 벤치 신세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중 김병현이 유일하게 포스트시즌에서 뛴 경험이 있는데, 2001년 애리조나에서 마무리 투수로 월드시리즈까지 뛰었다.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연속으로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던 기억은 야구팬들의 뇌리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최희섭의 다저스는 샌디에이고를 제치고 조 우승을 차지해야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현재 다저스 성적으로는 와일드카드는 이미 물 건너갔고, 남은 시즌 기적 같은 분전을 해야 조 우승을 넘볼 수 있다. 그런데 최희섭은 핵심 전력에서 완전히 배제돼 거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신세가 됐다. 최근 최희섭의 지지자인 폴 디포데스타 단장마저 궁지에 몰리고 있어서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올 시즌이 끝나면 디포데스타 단장은 물론 최희섭의 거취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는 서재응이다. 뉴욕 메츠는 NL 동부조 최하위로 9일 현재 70승70패를 기록중이고, 필라델피아, 휴스턴, 워싱턴, 플로리다 등과 함께 시계 제로의 와일드카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5팀의 순위가 자고 나면 바뀔 정도의 혼전이다. 이 와중에 ESPN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가장 영향을 끼칠 선수 8명을 꼽았는데 서재응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서재응의 활약은 눈부시다. 시즌 초반 2승1패 후 마이너로 강등됐던 서재응은 지난 8월7일 복귀 후 6게임에서 5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뉴욕 지역 언론은 ‘윌리 랜돌프 감독이 할 일이라고는 서재응에게 공을 건네주고 마운드에 올리는 것뿐’이라며 승리를 불러오는 구세주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팀의 4연승을 끊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살린 선수가 서재응이다. 랜돌프 감독 역시 서재응이 에이스급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고 극찬이다. 현재 7승2패인 서재응이 개인 최다인 10승을 달성한다면 희망은 커진다. 서재응 개인의 활약도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본인의 내년 거취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나리오라면 샌디에이고가 서부조 우승팀으로, 메츠는 와일드카드로 진출해 디비전 시리즈를 통과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맞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이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