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희는 지난 12일 이란전에서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골을 성공시켰다. 우태윤 기자 | ||
아드보카트 감독은 자신의 전술에 필요하다면 아무리 무명이라고 해도 대표팀에 뽑고 선발 출전시키는 파격인사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했고 조원희와 이호를 12일 이란전에 전격적으로 선발로 내보내면서 이를 확인시켰다. 특히 ‘제2의 박지성’으로 불리는 조원희가 아드보카트 감독과 궁합을 맞춰 2006독일월드컵에서 빛을 발할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대표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프로구단 연습생에서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조원희의 성공스토리를 묶었다.
전천후 플레이어
이란전에서 가장 인상깊은 선수는 단연 조원희(22·수원삼성)다. 골도 멋졌지만 박주영에게 두 번이나 찔러준 스루패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말 상무를 제대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짧게 자른 머리는 조원희가 축구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배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가기로 했다가 무산되자 방황하던 조원희는 광주상무에 입대하기 위해 2002년 울산현대로 향했다. 정식계약선수가 아닌 연습생 신분으로 2군리그에서 뛰었던 것.
이강조 광주상무 감독은 “배재고 백현영 감독이 공격수인 조원희의 재능이 아깝다고 추천해줬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고등학교 때 공격수로 활동했던 조원희는 광주상무에서 주전으로 뛰며 오른쪽, 왼쪽, 중앙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이 감독은 “성실하고 근성이 있다. 특히 게으르지 않고 휴식시간에도 몸을 만드는 선수를 어느 감독이 싫어 하겠냐”며 깊은 믿음을 보냈다. 휴가를 보내면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연습벌레라는 것.
▲ 아드보카트 감독. | ||
하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스피드다. 일반인보다는 월등하지만 조원희의 100m기록은 12초5. 축구선수들 사이에선 느려도 12초까지는 들어와야 스피드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볼에 대한 집중력과 지구력이 뛰어난 점이 박지성과 비슷한 반면 스피드가 모자라는 게 안타까운 점이다. 이 감독은 “스피드만 보완된다면 당장 외국에 진출해도 손색없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순간 스피드는 특출해서 상대 선수를 속이는 동작이 훌륭하다.
지난해 말 광주상무를 제대할 즈음 수원삼성이 조원희를 탐냈다. 친정인 울산현대는 조원희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니 눈앞의 대어를 놓친 셈이다. 당시 울산은 박진섭 현영민 등의 미드필더들이 있어 조원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김정남 울산 감독은 “본인이 수원행을 원했고 당시나 지금이나 조원희가 울산에 와도 뛸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수원삼성에서 조원희는 측면미드필더로 배재고 선배인 송종국을 제치고 주전자리를 유지하다가 마침내 대표팀에서도 송종국 대신 오른쪽 자리를 꿰찬 것이다.
황태자 탄생하나
이강조 감독은 “조원희의 눈을 보라. 뭔가 이뤄낼 것 같지 않냐”고 물었다. 조원희는 잠원초등학교 때 전교어린이 회장을 맡았고 배재중·고에서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어 어린 나이에도 리더십이 뛰어났다고 한다. 여기에 성실함까지 갖췄으니 조원희의 성공은 이미 예견돼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다.
조원희가 아드보카트 감독의 황태자로 우뚝 선다면 독일월드컵을 치른 뒤 유럽에 진출할 확률도 높다. 자신의 대표팀 감독 부임 첫 경기에서 첫 골과 첫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조원희를 아드보카트 감독이 쉽게 잊을 리는 만무하다. 조원희가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에 못지 않은 인연을 아드보카트 감독과 맺어나갈지 벌써부터 두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