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이 최근 슬럼프에 빠져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올스타전 때 그라운드에 넘어진 박주영. | ||
박주영은 지난 10월19일 대구전에서 상대 수비수 최성환에게 꽁꽁 묶였다. 박종환 대구 감독은 서울전에 나서기 전 수비수 최성환에게 “박주영의 활동반경을 최대한 좁히라”는 특명을 내렸고 최성환은 감독의 뜻에 부응하며 대구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이에 앞서 10월16일 부천전에서 정해성 감독은 마철준에게 박주영을 묶도록 지시했고 부천은 1-0으로 서울을 잡았다. 서울을 만나는 팀들은 무조건 박주영에게 맨투맨 수비를 두고 공격형 미드필더인 포르투갈 용병 히칼도에게 대인마크를 붙인다.
정해성 감독은 “누구나 (박)주영이와 같은 슬럼프를 경험한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진통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이 나름대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감독은 “나는 술 한잔 먹고 풀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주영은 술이 아닌 다른 치유책을 찾을 것 같다고 촌평했다.
박주영의 플레이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박주영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주영의 장점은 드리블에 이은 한 템포 빠른 슈팅에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프리킥의 날카로움도 함께 무뎌졌다.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언젠가는 한번 올 것이 왔다. 지금 박주영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공격진의 전력 불균형도 박주영을 힘들게 했을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투톱을 쓰는 서울의 공격라인을 볼 때 박주영과 짝을 이루는 정조국 김은중 노나또 등의 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은 “컵 대회와 전기리그를 봤을 때 FC서울은 2%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문제가 좀 더 심각해졌다”며 박주영을 받쳐줄 공격라인과 미드필드진의 약화를 안타까워했다.
▲ K리그 경기 모습. | ||
익명을 요구한 모 구단의 한 수비수는 “솔직히 박주영이 워낙 잘나가다 보니 다른 선수에게 골을 먹더라도 박주영에게만큼은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팽배해 있다”면서 “심리적으로 박주영을 만나면 한 발짝 더 뛰게 된다”고 말했다.
또 박주영이 언론을 기피하는 점도 그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간지의 축구담당 기자 A씨는 “항상 단답식으로 끝나는 박주영의 대답은 성의없어 보일 때가 많다. FC서울이 너무 박주영을 감싸려고만 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언론과 만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박주영의 에이전트사인 스포츠하우스의 이동엽 부장은 “박주영은 이전과 다름없이 훈련에만 힘쓰고 있다”며 박주영의 슬럼프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여자친구와도 잘 지내고 있다며 이러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