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전선수는 아프고... 용병들은 속썩이고...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말못할 고민거 리 하나쯤은 갖고 있다. | ||
그러나 제 아무리 강팀이라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는 법. 전력상 눈에 보이는 약점보다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들은 각팀 관계자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각 팀들의 한시즌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말 못할 고민’은 무엇일까.
#애써 감추고 있는 부상
2005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울산 모비스에 입단한 김효범(22·브라이언 김). 마치 흑인과도 같은 탄력과 현란한 개인기로 한국 농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진 수차례의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 김효범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모비스에서는 시즌 개막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허리에 가벼운 부상이 있다며 개막전 출장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김효범은 이번 시즌 초반에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아직까지 재활중이고, 제 컨디션의 50%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 운동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디스크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효범뿐만이 아니다. 모비스는 큰 몫을 해줘야할 김동우 역시 일본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중이다. 재활이 길어질 경우 올시즌 전체를 공치게 될는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원주 동부(전 TG삼보)와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한 부산 KTF는 현재 부상 선수는 없지만 언제나 좌불안석이다. 동부의 ‘말 못할 고민’은 양경민에게 있다. 지난 시즌 내내 양경민을 괴롭혔던 허벅지 근육 부상이 언제 다시 재발될지 모르기 때문. 전체적인 공격을 조율할 신기성이 KTF로 떠난 마당에 궂은일을 도맡아줘야 할 양경민까지 베스트로 뛰어주지 못한다면 동부의 시즌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KTF는 현주엽을 떠나보내고 야심차게 영입한 신기성의 간염이 불안하다. 지금 당장은 경기를 뛰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문제 부위가 간이다 보니 쉽게 피로를 느끼고, 컨디션 회복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신기성이 한 시즌을 베스트 컨디션으로 뛰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불안한 용병들
지난 시즌 최하위를 차지한 인천 전자랜드는 올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리 벤슨(32·203cm)을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리 벤슨은 고교 시절 마약매매와 총기소지, 살인미수 등의 전과로 감옥에 8년이나 수감된 바 있는 ‘악동’. 그러나 지난 시즌 중국프로농구(CBA)에서 22경기를 뛰며 평균 38점을 기록하는 눈부신 성적으로 전자랜드를 구원할 키플레이어로 전격 선택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벤슨이 한 시즌을 성실하게 마쳐주리라고 생각하는 농구 관계자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전자랜드 구단 역시 말은 못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사고’를 친 것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지난 시즌 ‘단테 신드롬’을 일으키며 15연승의 기록을 작성했던 안양 KT&G(당시 SBS)의 문제는 204cm의 대형센터 가이 루커에게 있다. 언뜻 보면 성실한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피드가 지나치게 느리다. 이미 몇몇 선수들이 루커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연으로 밀린 스타들
김영만(33·LG)과 이규섭(28·삼성).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장신 슈터들이다. 그런데 올시즌 이들은 벤치 신세를 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영만은 올시즌 FA로 영입된 현주엽의 백업을 맡는다. 황성인-조우현-현주엽과 용병 2명으로 이어지는 베스트 멤버를 뚫고 다시 주전으로 발돋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가대표팀에서 중심 전력일 정도인 이규섭은 더욱 올시즌이 답답하기만 하다. 역대 최고의 멤버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 삼성에서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초특급 센터 올루미데 오예데지와 지난 시즌 득점왕 네이트 존슨, 그리고 ‘국보급 센터’ 서장훈. 이들 사이에서 이규섭이 명함을 내밀 자리는 너무나 좁아 보인다.
#계약 만료되는 감독들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들은 모두 4명. 추일승(KTF), 안준호(삼성), 김진(오리온스), 전창진(동부). 말은 못하지만 이들은 개막을 앞두고 있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 내내 돌풍을 일으켰던 추일승 감독은 시즌 전부터 KTF가 ‘2약’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말 못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게다가 NBA 출신의 용병 자니 테일러가 기량 부족으로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고, 새 용병과는 손발을 맞춘 지 일주일도 안 된 상태에서 개막을 맞는다.
전창진 감독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 팀 인수 작업이 늦어지면서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포인트가드 신기성이 팀을 떠나면서 가드진에 구멍이 뚫렸다.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삼성의 안준호 감독은 팀의 전력이 너무 좋아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지금처럼 ‘삼성의 우승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계약 말년의 안 감독으로서는 극심한 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농구대통령도 고민중
올시즌 프로농구의 최대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농구대통령’ 허재의 감독 데뷔. 여기에 전주 KCC의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올시즌 KCC는 허 감독이 이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설 것은 자명한 일. 팀 전력도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자칫 성적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허 감독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공교롭게 프로야구 2005시즌에서 선동열 감독이 감독 첫 해에 삼성 라이온즈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KCC의 부담은 더 커졌다.
허재원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