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렇게 바람 불고 추운데. 어서 클럽 하우스로 돌아가 TV로 보세요. 그게 절 도와주는 거예요.”
원래 경기중 선수는 캐디 외의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을 수 없다. 잘못 대화를 나누다 적발되면 바로 2벌타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가지고 문제 삼을 경기위원이 있을까.
딸은 ‘스마일 퀸’ 정일미(33). 어머니는 이정자씨(63)다. 이 여사는 서울미대를 나온 화가다. 부친 정경한씨도 서울대 출신으로 부산에서 성공한 사업가다. 정일미는 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1남1녀 중 막내딸인 것이다.
그날 저녁 제주도의 한 횟집과 가라오케에서 모녀와 함께 즐거운 대회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마침 정일미가 18번홀 버디로 2005년 미LPGA에서 두 번째 ‘톱10(공동 10위)’에 들었기에 분위기가 연신 흐뭇했다.
11월7일 전화가 한 통 왔다. “저 기억하시겠어요?” 웃음 소리와 함께 살짝살짝 배어나오는 부산 억양에서 정 프로의 어머니임을 알았다.
“언제 한번 노래방이라도 가야하는데(웃음). 그건 그렇고 혹시 우리 정 프로 (일본에서) 언제 오는지 아세요?”
지난 6일 미즈노클래식에서 공동 20위를 기록한 딸의 귀국 시간을 몰라 확인차 전화한 것이었다.
위의 두 사례는 한국 여자프로골프계에서는 정말이지 보기 드문 장면이다. 보통 아버지는 딸의 캐디를 하거나 굳이 백을 메지 않아도 18홀을 따라 돌며 ‘티칭프로’ 노릇을 한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다. 그만큼 정일미는 골프계에서 색다른 존재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한국 최고’라는 자리를 버리고 미국으로 향했다. 주위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2004년 컷오프를 밥먹듯이 반복하고, 대회마다 새까만 후배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끝에 풀시드마저 놓쳤다. 2004년 말 다시 퀄리파잉스쿨에 도전, 합격했고 2005년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상금랭킹 52위. 우승은 없지만 웬만하면 컷을 통과했고,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은 캐나다여자오픈(3위)을 비롯, 톱10도 2회 기록했다.
현재 한국에서 휴식 및 치아치료를 받고 있는 정일미는 2006년에도 미국 도전을 계속한다. 목표는 1승이다. 이왕 시작한 길인 만큼 최소한 1승을 거둔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고,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하지만 이젠 미국행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한국에 안주했다면 10대 돌풍에 그저 그런 흘러간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을지도 몰라요.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도전은 끝나지 않았어요. 지켜봐주세요.”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
‘바둑여제’ 최정 vs ‘천재소녀’ 스미레, 여자기성전 결승 관전포인트
온라인 기사 ( 2024.11.26 14:51 )
-
UFC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 방한…‘페레이라 웃기면 1000만원’, VIP 디너 행사로 한국팬들 만난다
온라인 기사 ( 2024.10.17 05:34 )
-
[인터뷰] 스포츠 아나운서 곽민선 "관전부터 e게임까지 축구에 푹 빠졌어요"
온라인 기사 ( 2024.11.14 1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