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미LPGA에 한류돌풍이 몰아치기 전 외국(미국 호주 유럽)선수들의 일반적인 투어생활이었다.
자, 그럼 지금은 어떨까. 98년 박세리를 필두로 코리안 파워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달라진 건 없을까. ‘투어문화가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CJ나인브릿지클래식 기간 중 만난 호주의 캐더린 헐(23·덩치가 아주 크다)은 당시 “시즌이 끝나면 얼마나 쉬느냐”는 질문에 “미즈노클래식(11월초)이 끝난 후 호주로 가 1주일 동안 가족을 만난 다음 바로 미국에서 동계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왜 휴식기를 갖지 않느냐?”는 질문에 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미LPGA에서는 연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모르느냐”고 반문했다. 헐은 2004년 루키해에 컨디셔널 시드(조건부출전권)를 받았고, 힘들게 2005년 풀시드를 받았는데 다시는 투어카드를 놓치기 싫다고 덧붙였다.
헐뿐 아니라 질 맥길(미국), 웬디 둘란(호주) 등 확인해본 미LPGA선수 대부분은 1∼2주 휴식 후 바로 2006시즌을 준비한다고 했다.
오는 30일부터 5일간 열리는 미LPGA 퀄리파잉스쿨도 달라진 면모가 확연하다. 2, 3주 전에 대회장소로 미리와 적응훈련을 하고, 보통 1천5백달러였던 캐디비용도 3천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시즌중 투어대회 때도 이제는 화요일 골프장에 오는 선수는 거의 없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정도나 느긋하게 움직일까, 대부분 늦어도 월요일 오후면 ‘현장’에 도착하고 가능한 빨리 코스를 돌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지금 미LPGA의 모습이다.
어디에 비유하면 좋을까. 마치 예전 한국 대학생들이 ‘놀고 먹는 대학생’으로 불렸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1학년 때부터 각종 고시와 토익 토플 등을 준비하며 생존경쟁 시스템으로 바뀐 것과 흡사하다.
모두 한국선수들 때문이다. 부모(혹은 가족)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선수들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골프에 매진한다. 시작 즉 퀄리파잉스쿨부터 다르다. 한 달은 보통이고 심한 경우에는 3개월 전에 대회장소로 날아가 연습에 돌입한다. 캐디비용도 거의 두 배 가까이 투자한 것은 물론 풀시드를 받을 경우 추가로 보너스까지 준다.
이렇게 어렵게 미LPGA 카드를 획득했으니 투어생활도 엄청난 ‘공부벌레(아니 골프벌레)’임은 당연하다. 대회 장소로 미리미리 이동하는 등 ‘월요일 휴식’의 개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미LPGA가 이렇다보니 이제는 보다 한가로웠던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까지 ‘면학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고 한다(실제로 미국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살다나간 곳은 집값이 폭등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의 여자골프가 미LPGA를 넘어 세계 여자골프의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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