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운재 선수(왼쪽), 김영광 선수 | ||
또 2002년 광양제철고를 졸업하고 전남과 4년 계약했던 김영광도 수도권 지역의 구단으로 이적할 마음을 굳혔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김영광은 해외진출을 위해서 전남보다는 좀 더 규모가 큰 구단에서 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운재와 김영광의 이적으로 수원과 전남 구단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타 구단들은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운재는 2007년까지 수원과 계약이 돼 있어 구단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타 구단 이적이 쉽지 않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1996년 신생팀이던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운재는 고향은 청주지만 수원팬들에게는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평가받았다. 수원에 들어가 간염에 걸려 2년간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주전 골키퍼로 성장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자라났다. 이운재는 지인 A에게 “수원에서 현역 선수를 마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팀을 옮겨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적인 발전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주위의 판단이다.
축구 관계자들은 이운재와 차범근 수원 감독과의 불화를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운재가 차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적응을 못해 구단을 옮길 결심을 했고 이런 상황은 4개월 전부터 예고된 부분이었다는 것.
수원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차 감독은 이운재를 따로 불러 “내가 너와 문제가 생길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고 이운재는 다만 “다른 구단으로 보내 달라.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원구단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운재가 김남일 송종국 등 후배들이 거액을 받고 입단하자 상대적으로 금전적인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구단 고위 관계자와 만나는 일을 미리 언론에 흘리는 등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가 이적을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구단측은 “오해가 있으면 서로 풀고 내년 시즌을 위해 힘을 몰아가야 한다”며 이운재 이적에 대해서는 불가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운재측의 이적 굳히기도 만만치 않다. 이미 마음이 수원에서 떠났기 때문에 수원에서도 놓아줄 것으로 믿고 있는 분위기다. 모 프로구단의 B씨는 “이운재의 이적은 이미 축구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원이 더 이상 이운재 잔류에 미련을 갖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의 공식입장과는 다르지만 마음 떠난 선수는 잡지 않는 게 상식아니냐는 것. 수원이 이운재의 요구사항을 100% 들어주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모양새도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수원이 불리하다는 판단이다.
‘제2의 올리버 칸’을 꿈꾸는 김영광의 이적은 이운재만큼 복잡한 상황은 아니다. 12월 말이 되면 김영광은 자연스럽게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게 돼 김영광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김영광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김영광의 아버지 김홍현씨는 “연말까지 계약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므로 영광이의 진로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전남에 잔류할 지의 여부에 대해 “아직 김영광의 나이가 어리므로 부모가 협상의 키를 쥐고 있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영광의 수도권 입성 희망이 알려지자 전남은 김영광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허정무 전남 감독은 “김영광이 전남을 떠날 일은 없다”고 밝혔다. 2억5천만∼3억원의 연봉을 받는 김영광을 잡기 위해서는 4억원 이상의 연봉과 플러스 알파를 제시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남이 이 정도의 거액을 투자할지의 여부와 수도권 입성을 굳힌 김영광의 마음을 돌리기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김영광측의 C씨는 “광양제철고 졸업 뒤 4년간 뛰었으면 전남과 포스코를 위해서도 할 만큼 했다. 전남이 김영광의 개인 뜻을 존중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매끄러운 이적을 바랐다.
전남의 한 관계자는 “최근 김영광의 이적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FA컵이 진행중이고 김영광측으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김영광이 이적을 원할 경우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C씨는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정에 기대기에는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많다. 김영광은 충분히 전남에 도의적이나 실력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전남 소식에 정통한 D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김영광이 떠나고 나면 전남은 김태영도 은퇴해 스타 한 명 보유하지 못한 구단이 된다”며 내부의 또 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윗선에선 잡으라고 하지만 마음 떠난 선수를 어찌하겠느냐”고 김영광의 이적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