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 포겔(왼쪽), 김남일 | ||
하지만 이 포지션은 팀 내에서 가장 더러운 임무(Dirty Work)라는 게 축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상대방에게는 누구보다 거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우군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수비수들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쓸 것인지 대인마크를 할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해야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그래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잘해야 본전인 포지션’이란 말을 듣는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골 배급 능력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야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이런 의미에서 28세 동갑내기인 한국의 김남일(수원삼성)과 스위스의 요한 포겔(AC밀란)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장 적합한 인물들이다.
김남일은 알려진 대로 그라운드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거칠게 상대를 몰아붙여 ‘진공청소기’란 별명을 얻었다. 2002월드컵 때는 투박스럽게 상대 공격의 흐름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면 3년이 지닌 현재는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패싱력도 좋아졌다. 또 지난 10일 FA컵 8강전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터트리며 부상에서 벗어나 방패에 창을 겸비한 선수로 성장했다는 평을 들었다.
에인트호벤에서 뛰다가 올 여름 이적기간 동안 이탈리아 AC밀란으로 옮긴 요한 포겔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수를 매끄럽게 연결시켜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었다. 또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점도 김남일과 유사하다. 김남일이 2002월드컵이란 국제대회 경험을 지니고 있다면 포겔은 유로96과 유로2000이란 큰 대회를 치렀다.
최근 핌 베어벡 수석코치는 김남일을 가리켜 “통솔력이 있는 주장감”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만큼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었다. 한편 포겔은 이미 스위스 국가대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