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선수 | ||
‘축구천재’의 유명세
올시즌 프로축구를 평정한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FC서울)은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중에서도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어 모았던 사건은 이른바 ‘굼벵이 세리머니’였다. 박주영은 지난 4월24일 대전 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하트 모양 속에 애벌레가 그려진 속옷 세리머니를 펼쳤다. 쉽게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언론과 팬들을 중심으로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나중에 밝혀진 것이었지만 이 세리머니는 박주영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하필 굼벵이에 비유했을까 싶었지만, 두 사람의 느린 성격이 닮아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 했다. 이후 ‘축구 천재’를 남자친구로 둔 죄(?)로 ‘굼벵이’의 미니홈피에까지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일었다.
▲ 라돈치치 | ||
지난 6월5일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에선 말 그대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외국인 선수 라돈치치가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스스로 내보인 것.
라돈치치는 후반 단독 돌파 찬스가 상대의 반칙으로 무산되자 라커룸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항의 표시로 유니폼 하의를 내려 하얀 속살을 내보였다. 전부 내리지 않고 뒷부분만 살짝 내린 게 천만다행이었다.
원정팀 전남 구단은 “상대팀에 대한 심각한 모독 행위”라며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거세게 항의했고, 한동안 논란은 이어졌다.
▲ 본프레레 전 감독 | ||
한국 축구에 2006독일월드컵 본선 티켓을 안긴 요하네스 본프레레 국가 대표팀 감독이 지난 8월23일 물러났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사령탑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월드컵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 만한 비전과 전술이 없다는 게 경질 사유였다.
어떤 집단보다도 여론에 민감한 대한축구협회는 잠시 고민하는 척했지만 결국 칼을 빼들었다. 발표는 자진사퇴였지만 그 이전에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교체할 때처럼 모양새만 갖췄을 뿐 사실상의 경질이나 다름 없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중도하차의 불명예를 안고 떠나면서 축구협회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쯤이었다. 후임 선임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온갖 추측 속에서 차기 감독 후보들에 대한 평가자료가 유출됐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령탑을 맡은지 두 달밖에 안 된 아드보카트 감독이 핌 베어벡 코치와 함께 한국팀을 맡게 됐다.
축구협회 ‘말로만 개혁’
한국 축구의 본산 축구협회가 사상 첫 국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월27일 실시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축구협회에 대한 국감은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축구협회 행정의 난맥상과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에 의원들의 추궁이 집중됐다. 조중연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진땀을 흘리며 해명했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급기야 축구협회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겠다는 초강경 발언도 나왔다.
이후 축구협회는 수습책의 일환으로 법인화 작업을 마무리했고, 수뇌부에 대한 인사개편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사퇴했다는 조중연 부회장이 여전히 축구협회 이사로 남아 있는 등 눈가리고 아웅식 개혁을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제쯤이면 제대로 거듭나는 축구협회를 볼 수 있을까.
AFC ‘올해의 한가한 선수상’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이 ‘시상식 참석 조건’이라는 선정 기준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가 나란히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리그 경기 일정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하자 AFC는 이들을 최종 후보에서 탈락시켰다. 지난해 수상자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이란 출신 알리 카리미(바이에른 뮌헨) 역시 똑같은 이유로 최종 후보에서 제외됐다.
결국 수상자는 시간을 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었던 알 몬타샤리(알 이티하드)로 결정됐다. ‘올해의 선수상이 아니라 올해의 한가한 선수상’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AFC를 향한 팬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까지 나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상운 국민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