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23일 KTF와 재계약을 한 후 김미현. 서른이라지만 동글동글한 생김새는 여전히 어려보인다.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연말 태국으로 동계훈련을 떠나기 직전에 만난 김미현한테선 성숙미가 물씬 풍겨났다. 그래서 “이제야 나이 든 태가 난다”고 했더니 “제 나이가 몇 살인데요? 내년이면 서른이에요”하는 게 아닌가. 우승컵을 안고 귀국할 때마다 한 손에 인형을 안고 나온 ‘땅콩 소녀’로만 생각됐던 김미현이 어느새 서른 살이란다.
최근 열애설에 휘말리며 골프 기자들을 긴장시켰던 김미현과 골프 얘기보다는 결혼과 이성에 대한 문제를 주내용으로 인터뷰를 풀어갔다.
얼마전 김미현은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데이트 현장이 공개됐다. SBS라디오 ‘하하의 텐텐클럽’ 프로그램 방송 도중 진행자인 하하가 “특종이다. 나와 친한 재근이 형이 지금 프로골퍼 김미현씨를 차로 집에 모셔다 드리고 있다… 재근이 형이 김미현 선수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 형수님 결혼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던 것.
<스포츠투데이>에선 방송이 있던 다음 날 ‘재근이 형’이 김미현과 동갑으로 초·중학교 시절 함께 골프를 한 적이 있고, 용인대 동문이면서 최근 지인의 소개로 다시 만나고 있는 김재근씨라고 소개하면서 방송 해프닝을 기사화했다.
이에 대해 김미현은 금시초문이란 표정으로 “(방송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줄 전혀 몰랐다”면서 김재근씨에 대해선 “그냥 만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요즘엔 하도 이런저런 스캔들에 휘말려서 일일이 변명하고 싶지도 않다. ‘진실은 저 너머에’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남자를 만난다고 다 결혼했으면 난 벌써 결혼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와 관련된 스캔들 중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분명한 건 결혼은 결혼식장에 들어가봐야 아는 게 아닌가. 그리고 지금 이 나이에 데이트 안 하면 언제 해보겠나. 겨울 에 잠깐 한국에 나와서 친구들 만나고 사람도 소개받는 이 생활이 일년 중 며칠 안 된다. 그렇게 보내면서 일년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거다.”
현재 미LPGA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낭자들 중 올해 ‘노처녀’ 대열에 합류할 선수가 여럿 된다. 나이에 대한 ‘체감 온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 나이로 풀어내면 제일 연장자인 강수연이 31세, 김미현 박세리가 30세, 박지은이 28세다. 골퍼들의 결혼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투어 생활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남자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미현은 또 다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제3자 입장에선 남자가 직업 없이 마누라 옆에 붙어 다니며 뒤치다꺼리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희원이네 부부(한희원과 야구선수 출신의 손혁)를 봐라. 얼마나 보기 좋은가. 흔히 남자의 희생이라고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겠다는 데 그게 왜 희생인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날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투어 생활을 해줄 남자 찾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남자를 만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좁다.”
김미현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절대로 마음을 주기가 힘들다며 하소연한다. 처음엔 그저 ‘친구’나 ‘오빠’라고 거리를 둔 다음 유심히 지켜보면서 자신의 배우자로 함께 할 수 있는 남자인지의 여부를 관찰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이 사람이다’하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
“오래 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의 가장 큰 불만이 나의 무덤덤함이었다. 한 마디로 애교가 없다보니 그 사람이 더 힘들어 했다. 그땐 잘 몰랐는데 여자한테 애교가 중요한 것도 같다.”
“솔직히 지난해에는 느슨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욕도 사라졌고 약간 골프의 권태기라고나 할까? 그런 게 찾아와서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게 했다. 그래도 우승 없이 상금 랭킹 10위에 든 선수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어중간한 성적으로 인해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대부분 이런 성적으로 재계약할 수 있겠냐는 게 가장 컸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다시 오기가 생겼고 목표도 생겼다. 옛날에 내 경쟁자가 우승을 하면 축하해주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다 따라 마실 테니까’하는 도전 정신이 있었는데 그게 지금 다시 샘솟고 있다.”
박세리와 김미현이 LPGA 데뷔했을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의 라이벌 의식은 상당했다. 어쩌면 선수 자신보다 주위 사람이나 기자들이 더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제는 ‘아 옛날이여’하며 추억으로 남는 사연들이지만 당시엔 두 선수의 부모들까지 감정 싸움에 휘말릴 정도로 심각한 사태에 이르기도 했었다.
“세리랑은 굉장히 친했던 사이였다. 아마추어 때는 방도 같이 쓰면서 허물없이 지냈고 속 마음을 털어놓고 지낼 정도였다. 그러다 프로 데뷔 후 우리 사이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서로 하지 않은 말들이 기사화돼 상대방의 신경을 자극했고 그 여파가 가족들한테까지 미치면서 ‘아군’이 아닌 ‘적군’으로 치달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실이 밝혀졌고 서로 오해한 부분이 상당했음을 깨닫고 화해했다. 지금은 아주 편하게 지낸다.”
어느새 미국 생활을 시작한 지 8년이 넘어간다. 그 사이 미LPGA 무대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부분이라면 풀시드권을 확보한 한국 선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미현은 그들, 즉 후배들을 볼 때마다 신경질이 난다고 한다.
“나는 왜 그 후배들처럼 어린 나이에 미국에 오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내 선배들이 미국 진출 길을 터 놓았다면 미국에서 좀 더 많은 일들을 해냈을 것이다. 지금은 하루 하루 나이 먹는 게 안타깝고 억울하다.”
김미현과 인터뷰를 하면서 유난히 ‘나이’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왔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의 진급이 너무나 마땅치 않은 그로선 30대라는 타이틀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나보다. 언제 나이 먹은 걸 실감하냐고 묻자 김미현은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예전에 사진 찍을 때 안 보이던 주름이 보일 때, 예전에는 마음껏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은 웃다가도 주름에 신경이 쓰여 활짝 웃지 못할 때, 그럴 때 서른 살의 나이를 실감하게 돼요.”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