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로 전격 트레이드된 서재응은 메츠 감독의 반대로 WBC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재박 감독과 박찬호.(왼쪽부터) | ||
# 오해 시달린 서재응
서재응은 지난 1월5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에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 차라리 일찌감치 트레이드 됐더라면 오해도 없었을 것을, 전 소속팀인 메츠와 WBC 참가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느라 엉뚱한 오해를 샀다.
서재응이 “WBC에 참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지난 1월2일.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찌푸렸던 이맛살을 펴는 순간이었다. 서재응은 3월 도쿄돔에서 열리는 WBC 아시아예선전 첫 경기인 대만전 선발이 유력하다. 해외파 투수 중 지난해 가장 좋은 구위를 보였던 서재응이 참가를 결정하면서 드림팀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걷혔다.
한 달 전, 서재응은 귀국 인터뷰 때 “몸 상태를 보고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다수 팬들은 98년 방콕아시안게임서 이미 병역 면제를 받은 서재응이 몸을 사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일부 메이저리그 마니아들은 “대회에 참가하지 말고 다음 정규시즌을 대비해 몸만들기에 충실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서재응의 대회 참가 결정에는 김찬익 전 KBO 심판위원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인식 감독과 절친한 관계이자 서재응에겐 광주일고 선배다. 서재응이 불참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김인식 감독이 김 전 위원장에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고, 김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지난 12월22일 광주에서 ‘광주일고 야구부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은 김인식 감독에게 전화를 건 뒤 서재응을 연결시켜 통화하게 했다. 서재응은 그때 통화에서 김 감독에게 “거의 (출전을) 결정했다”며 사실상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대신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말 못할 사정이란 바로 뉴욕 메츠 구단과의 관계다. 윌리 랜돌프 메츠 감독이 12월 말 “서재응이 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 선발을 보장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 메츠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서재응을 트레이드 카드로 삼고 여러 팀과 접촉했었음이 최근 밝혀졌다. 그렇다면 메츠는 결국 내보낼 선수를 놓고 WBC 출전이 되느니, 마느니 하면서 이중적 행태를 보인 셈이다.
새 소속팀 다저스는 선수들의 WBC 출전에 대해 특별한 제동을 걸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네드 콜레티 단장과 짐 트레이시 감독이 모두 부임 첫해라는 점에서 갑작스레 소속 선수들의 WBC 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 김재박 감독 백의종군
지난해 한화 김인식 감독이 WBC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선임되자 남몰래 한숨을 내쉰 인물은 바로 현대 김재박 감독이다. 김재박 감독은 96년 지도자로 데뷔한 뒤 승승장구했다. 짧은 역사의 현대를 채 10년이 되기도 전에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2003년 11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드림팀Ⅵ의 사령탑을 맡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첫판서 대만에게 역전패하면서 본선행 티켓을 놓쳤던 것.
승부욕이 강한 김재박 감독은 주변 지인들에게 “다음에 또다시 기회가 온다면 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삿포로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구성된 드림팀Ⅶ은 김재박 감독 대신 김인식 감독을 택했다. 이번 대회에선 코치 신분으로 백의종군하는 김재박 감독은 내심 올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서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심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김한수 빠진 진짜 이유
지난 1월3일 드림팀의 전력에 변화가 생겼다. 김동주와 함께 3루 요원으로 뽑힌 삼성 김한수가 훈련 도중 허리를 다쳐 전력에서 제외된 것이다. 김한수 대신 드림팀 경력이 처음인 한화 이범호가 대체요원으로 올라섰다. 김한수는 앞서 세 차례 드림팀에 선발된 경력이 있는데 모두 비중이 큰 대회였다. 안정된 수비와 침착한 타격 때문에 역대 드림팀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타자다.
김한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가 삐끗했다. 참고 쉬다 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그게 팀에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막상 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 가서 몸이 낫지 않는다면 큰일이다. 소중한 엔트리 한 자리를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일찌감치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김한수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발된 자리인데 결국 탈락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 박찬호 달라진 위상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원조이자 맏형격인 박찬호(샌디에이고)는 8년 만에 드림팀 멤버로 선정됐다. 그러나 박찬호의 보직을 놓고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고민이 크다. 대만전 선발은 서재응으로 내정해뒀다. 세밀한 야구를 펼치는 일본과의 경기에선 박찬호보다는 컨트롤 위주의 투수를 선발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전에 박찬호를 선발로 내는 것은 그의 경력과 팀내 위치를 봤을 때 예의가 아니다. 결국 박찬호는 선발보다 불펜에서 중간계투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김인식 감독이 “훈련 과정에서 구위를 지켜본 뒤 박찬호의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처럼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비롯된 일이다.
박찬호는 지난 98년 방콕아시안게임서 3경기 동안 2승에 방어율 1.29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물론 그 당시는 젊은 박찬호가 싱싱한 구위를 뽐내던 시기였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오늘, 박찬호는 드림팀 코칭스태프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 만약 드림팀이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고 아시아 예선서 탈락할 경우 박찬호는 아예 등판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