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고건, 이명박, 손학규. (왼쪽부터) | ||
정가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7월 재·보선에 출마할 예비후보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면초가 위기에 몰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해 고건 전 총리,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들의 출마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미니 총선’ 분위기를 넘어 ‘대권 전초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5월 28일 현재 7·26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서울 성북 을과 송파 갑, 경기 부천·소사, 마산 갑 등 모두 4곳이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국회의원 관련 사건들이 6월 26일까지 원심(1·2심)이 확정될 경우 재·보선 지역은 7개 지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국회의원 관련 사건 중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모두 3곳. 한화갑 민주당 대표(전남 무안·신안)는 2002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SK그룹 등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 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1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이정일 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진도) 도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또 이호웅 열린우리당 의원(인천 남동 을)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홍일 민주당 의원 역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재·보선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선거사범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비선거사범일 경우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이상이면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의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1심(대부분 2심보다 형이 높았음) 내지는 2심 판결을 인용할 경우 이들은 모두 의원직을 잃게 된다. 또 6월 26일 이전에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질 경우 전남 무안·신안과 해남·진도, 인천 남동 을 등 세 지역은 이번 7·26 재·보선 대상에 포함된다.
열린우리당 김희선(서울 동대문 갑)·배기선(경기 부천원미 을)·안병엽 의원(경기 화성) 등 세 명도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 받았지만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적으로 이번 재·보선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7·26 재·보선 지역이 적게는 4곳, 많게는 7곳에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예비후보 명단이 나돌고 있다.
특히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차기 대권주자들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지방선거 참패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책임론 등 최대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될 정 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소장파 및 반대 계파의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장측은 정면 돌파 의지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 의장 측근들은 7월 재·보선에 정 의장이 출마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 의장 측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지역은 신계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 을. 열린우리당 측은 전통적으로 여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인 만큼 정 의장이 출마하면 승산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지역에서 정 의장의 출마에 대비해 대항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를 내세워 지방선거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당 주변에서는 이명박 시장의 핵심 측근인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 출마가 확정될 경우 거물급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정 의장의 ‘대망론’을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외 주자라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고건 전 총리도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차기 대권주자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던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점차 답보 내지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금은 박 대표·이 시장 등 2위권과 박빙이거나 밀리는 형국이다. 7·26 재·보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고건 출마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고 전 총리가 처한 어려운 정치상황과 맞물려 있다.
고 전 총리 측은 재·보선 출마 자체에 대해 미온적인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서울권(성북 을·송파 갑)을 1차 대상으로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한 호남권(한화갑·이정일 지역구) 출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 의장이 성북 을에 출마하고 고 전 총리도 성북 을을 선택할 경우 대권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빅매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패한 사람은 대권 꿈을 접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극단적 대결은 성사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는 6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의 출마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 ‘빅3’로 분류되고 있지만 7월부터는 무관으로 대권가도를 걸어야 한다. 물론 박 대표도 대표직에서 물러나지만 원내라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손 두 진영 일각에서는 박 대표와의 당권 경쟁 및 정치적 이슈 선점을 위해 ‘원내 진출’이 불가피 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이 출마를 결심하게 될 경우 이 시장은 맹형규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송파 갑에, 손 지사는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 지역구인 부천·소사를 각각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재·보선에 출마할 경우 “몸값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고 당사자인 이 시장이나 손 지사 측도 아직까지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송파 갑은 맹 전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한 이후 치열한 당내 경쟁이 진행 중이다. 나경원 박찬숙 등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진출을 노리고 있고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인 이흥주 전 특보와 이원창 전 의원 등도 자천타천 후보군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 의장의 측근인 김영술 중앙위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문수 전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부천·소사의 경우 여권에서는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미 출사표를 던진 상태고 한나라당에서는 김 전 의원 측근인 노용수·김부회 경기도의원이 출격 채비를 갖추고 있다.
5월 12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재선거가 확정된 김정부 전 의원의 지역구인 마산 갑은 지난 2월 정치 재개를 선언한 강삼재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강 전 의원 측은 “지방선거 이후 적절한 시점에 본인이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밖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한화갑·이정일·이호웅 의원 지역구 역시 재기를 노리는 중진급 출마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광역단체장 수성이 유력시되고 있는 민주당은 호남권 재·보선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당 대표인 한화갑 의원과 이정일 의원이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해 있어 재·보선 얘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재기를 노리는 박상천·김옥두 전 의원 등 과거 동교동계 인사들의 물밑 공천 경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