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후원하고 있는 첼시팀의 유니폼 모습. | ||
영국은 유럽에서도 큰 시장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전 세계의 전자업체가 모여들어 자웅을 겨루며 유럽,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장 역할을 담당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잉글랜드 빅뱅은 일단 삼성전자의 완승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전자는 ‘냉정한 승부사’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에 거액의 유니폼 광고 후원을 통해 광고 효과와 매출 증대를 이뤄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2006 시즌 개막전인 지난해 4월 첼시와 5년간 총 1천1백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첼시는 2004∼2005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었지만 50년 만에 우승한 팀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아스널에 비해서는 유명도가 떨어지는 팀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판단은 옳았다.
지난해보다 올해 첼시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 첼시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일어날 정도로 첼시는 지지 않는 팀으로 인식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첼시의 리그 우승을 인정할 정도다.
지난 시즌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실패해 예정에 없던 방한 경기도 가졌다. 첼시는 지난해 5월 무리뉴 감독을 비롯한 선수와 사장단이 방한해 친선경기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등을 둘러봤다. 특히 무리뉴 감독은 당시 “내가 가지고 있는 전화기는 박물관에나 보내야겠다”며 삼성전자의 휴대폰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첼시 선수단을 삼성전자 팬으로 만드는 수완도 발휘했다.
또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상태라 유럽 전역에 걸친 삼성전자 광고의 파급 효과는 수치화하기 힘들 만큼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미어리그 1위 첼시는 2월22일 오후8시45분(현지시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위 바르셀로나와 2005∼2006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른다. 호나우디뉴가 버티는 바르셀로나와 첼시전은 어림잡아 수억 명의 전세계 팬들이 시청할 것으로 예측돼 삼성전자는 투자금액 대비 천문학적인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맞수인 LG전자는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등 프리미어리그 클럽들로부터 유니폼 광고 협찬 제안서를 수없이 받고 있다. 하지만 LG전자 경영진은 잉글랜드 클럽에 대한 협찬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전자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프리미어리그를 석권하고 있어 ‘삼성전자=첼시=1위’란 이미지가 강하다. LG전자가 어설프게 프리미어리그 클럽에 후원을 할 경우 자칫 2인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삼성이 후원하는 첼시와 LG가 후원하는 클럽이 맞붙어 첼시가 승리한다면 LG전자가 삼성전자에 패한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다. LG전자 유럽마케팅 그룹의 한 관계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삼성전자가 첼시에 후원하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첼시의 독주가 당분간 예상되는 상황에서 맨유에 후원을 할 이유는 희박하다”고 말했다. 맨유의 요구액도 크고 몇 년간 맨유가 첼시를 뛰어넘을 확률이 그리 크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려를 하고 있다.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유는 일본의 소니, 미국의 포털인 구글, 야후 등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체에 더욱 큰 호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LG전자와 소니 등은 구미당기는 업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LG전자는 ‘맨유=2등 이미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첼시 커플 탓에 LG전자의 프리미어리그 클럽 후원은 요원하기만 하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