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스위스가 한국에겐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은 스위스 대표팀의 요한 포겔. 로이터/뉴시스 | ||
일단 토고는 국내 전문가들조차 사실상 별로 아는 게 없는 팀으로 너무 경계의 대상으로 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미리 다크호스로 겁먹을 필요도 없는, 본선에 처녀 출전한 국가다.
단 두 번의 친선경기로 이 팀을 묘사하기는 힘드나 예상대로 그다지 미덥지 않은 전력 탓에 전반은 수비 일변도의 고슴도치 전술로, 후반은 상대방의 체력 저하를 틈타 파상공세의 리듬을 한 번 타 보는 것으로 경기를 운영해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아직은 상대방과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 나가는 자신감도 없고 전술적 완성도도 약한 편이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좌우 측면으로 질러주는 패스의 질이 매우 떨어지며 상대방의 수비 라인을 붕괴시키는 팀전술의 다양성도 별로 없다. 다만 아프리카 특유의 탄탄한 신체 조건을 토대로 한 드리블 위주의 개인기와 파괴적인 문전 쇄도가 먹혀드는 양상이 조성된다면 이번에 출전하는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과 엇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낼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내 팬들에게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최근 아스널로 이적한 스트라이커 아데바요르는 90년대 중반 독일의 두이스부르크에서 빛을 발한 살루의 등장 이래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다. 기타 꽤 많은 선수들이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다고는 하나 이 리그가 아직은 스페인과 잉글랜드에 버금갈 메이저리그는 아니며 지금은 우리 선수들도 유럽 1부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기량이 달린다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
스위스. 이 나라가 요들송이나 부르고 우유나 짜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션’(Thun)이라는 팀이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등장하는 등 스위스 축구의 저력이 급작스럽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며, 지역 예선에서도 막강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팀이다. 지난 유로2004에서는 단 1골만을 득점, 1무 2패의 형편없는 성적을 내면서 조 예선 최하위팀으로 전락한 바 있었으나, 사실 그 조는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포진한 죽음의 조에 가까웠다. 이 팀에 특별한 월드 클래스는 없다. 유로1996 당시 새로운 세계적 미드필더의 출현을 예고했던 장본인 ‘요한 포겔’은 히딩크의 에인트호번에서 AC 밀란으로 이적한 상태인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기량에 관한 평가는 다소 지나쳤다는 편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2003~2004 시즌 19골로 득점 2위, 차기 시즌 득점왕(20골)에 랭크된 바 있는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도 경계의 대상이지만, 티에리 앙리나 웨인 루니와 같은 반열에 오르기에는 아직 멀었다. 다만 프라이는 여느 골게터들과는 달리 아주 착실히 포인트를 쌓아가는 꾸준한 득점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기복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 제 아무리 지단이라도 세월을 거스르지는 못하는 법. 프랑스 팀의 지상과제는 세대교체다. | ||
프랑스에 대해 언급하자면 한 편의 논문이 나올 수도 있으니 여기서는 간단히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플라티니의 전성기 이래 지단이 지배해 온 현재의 프랑스 축구는 98월드컵, 유로2000에서 그 절정에 달했다. 2002년의 어이없는 좌절에 이어 2006독일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탈락의 위기까지 내몰렸던 수난의 계절을 경험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독일월드컵을 맞이한다고는 하나, 이 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세대교체다. 물론 지단의 카리스마를 능가할 미드필더는 아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앙리와 트레제게로 대표되는 공격진은 섬뜩하리만큼 위협적이다. 거기다 중앙 미드필드의 비에라와 마켈렐르, 수비진의 튀랑, 갈라스, 사뇰, 봄송 등 이름만 거명해도 마치 할리우드 배우 이름을 듣는 듯하다.
그런데 왜 프랑스는 지역 예선에서 그토록 헤매었을까. 프랑스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일구어냈던 노련한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짜되, 신진들을 적당히 양념으로 버무리겠다는 속셈이다. 10년 전에 비해 분명히 새로운 얼굴들이 영입되어 있지만 경기의 기본적인 포맷은 여전히 ‘지단 & Co.’이다. 그들의 실력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새로운 신진들이 경기 운영의 주도적 위치에 배열되지 못한다면 프랑스의 공수 전개방향은 대개 시합 전에 이미 읽히게 되어 있다.
축구언론이란 시합 하나를 놓고 일희일비하기 마련이다. 본선 직전까지 4개국 대표팀의 A매치 결과가 나올 때마다 개개의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대들과 조우하게 된다. 문제는 이 네 나라 모두 조편성에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누가 울지 아직은 장담하지 못하지만 1승 2무 정도를 기대해 보자.
전 축구대표팀 미디어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