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지난 15일 대만에서 열린 대만여자프로골프투어(TLPGA) 로열오픈에서 우승, 2006년 한국골프의 첫 승을 가볍게 일궈냈다. 한국골프선수 중 가장 스윙이 좋은 것으로 공인받고, ‘제2의 박세리’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갖춘 것이다. 키도 큰 편이고, 인상도 좋고, 말솜씨까지 좋다.
여기에 집안도 좋다. 부친 박형섭씨(45)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나와 대림대 교수(골프담당)로 있다. 할아버지 박길준옹(87)은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와 동아대에서 교편을 잡으신 한국 체육학의 거목이다. 박희영 본인도 2006학년도 신입생으로 연세대 사회체육학과에 입학했으니 운동뿐 아니라 ‘가방끈도 굵다’. 이수건설이라는 든든한 스폰서에 HSMG라는 전문 매니지먼트사까지 있어 정말이지 외견상 부러울 게 없다.
그런데 최근 이런 박희영이 한 선수의 행보에 눈치를 보고 있다. 뭐 직접 부탁할 수도 없고 해서 몸이 달을 정도다. 바로 위성미(미셸 위) 때문이다.
위성미가 한국 같은 ‘작은 시장’을 넘어 미국 일본 등 지구촌이 주목하는 월드스타인 탓에 아직은 활동영역이 국내 및 아시아로 한정된 박희영과는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희영은 2월17∼19일(한국시간)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LPGA 개막전 SBS오픈 출전 관계로 머리가 복잡하다.
SBS오픈은 명칭에 그대로 드러나 있듯 한국 SBS방송이 주최하는 대회다. 장소만 하와이에서 열릴 뿐이지 한국 회사가 메인 스폰서인 것이다. 미PGA나 미LPGA의 경우 스폰서(대회 주최측)는 해당 대회에 출전자격이 없는 선수를 수명씩 특별 출전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위성미가 미PGA나 미LPGA 대회에 나가는 것도 바로 이 방법을 통해서다. 보통 7명까지 가능하지만 SBS는 올해의 경우 3장의 카드를 쥐고 있다.
두 명은 지난해 국내랭킹 1위였던 송보배(20·슈페리어)와 윤세영 SBS 회장이 각별하게 생각하는 최나연으로 정해졌다. 남은 한 명은 바로 위성미다. 사실 지난해 제1회 대회를 만들면서 장소를 하와이로 정한 것도 위성미라는 확실한 흥행카드를 잡기 위해서였다. 위성미는 2005년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대로 SBS오픈의 성공적인 런칭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올해 위성미가 시쳇말로 ‘배신을 때리기’ 직전에 있다. SBS오픈 바로 다음 주에 필즈오픈이라는 새 LPGA대회가 같은 하와이에서 열리는데 위성미는 이 대회 주최측인 일본사람들과 친분이 두텁다. 필즈오픈에 출전한다고 이미 공표를 했고, SBS오픈은 ‘미LPGA 비멤버는 1년에 6개 대회 출전(오픈대회 제외)’이라는 조항에 걸려 출전이 힘들어진 것이다. SBS오픈에 나가면 올시즌 출전가능대회가 4개로 제한돼 초청료 수입이 줄고, 다른 대회 주최측에게도 미안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가 박희영의 고민 지점이다. 위성미가 최종 출전을 포기할 경우 남게 되는 스폰서 초청 한 자리는 박희영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인왕에 빼어난 실력, 든든한 스폰서 등 SBS로서는 국내선수 중 박희영만한 카드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위성미는 설날까지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동계훈련중인 박희영은 하와이에서 ‘좋은 소식’이 날아들기를 기다리며 언제든 하와이행 비행기표를 끊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위성미한테 직접 전화해서 ‘빨리 결정해(혹은 출전하지마)!”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기다리는 설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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