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훈은 최근‘아드보카트의 신황태자’라고 불릴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 | ||
경남 봉래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시작한 백지훈은 볼을 다루는 기술이 또래보다 뛰어났으나 작은 체구가 늘 걸림돌이었다. 실제 중학교에 진학할 때 키가 150cm 안팎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사람은 경북 지역 축구 명문인 안동고의 최건욱 감독이었다. 백지훈이 진주중 1학년 때 열린 추계 연맹전. 유망주 발굴을 위해 경기를 관람하던 최 감독은 “후반에 볼을 잘 차는 놈이 투입된다”고 귀띔해준 진주중 감독의 얘기를 염두에 두고 경기를 보다 백지훈의 영리한 플레이를 접한 뒤 무릎을 탁 내리쳤다고 한다.
곧바로 최 감독은 백지훈의 부모님을 만났다. 부모님들이 예상외로 키가 크자 최 감독은 백지훈이 향후에도 키가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하고 스카우트를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지도자들은 백지훈에 대해 “참 공을 예쁘게 찬다”고 얘기한다. 볼 컨트롤이나 패스 동작이 상당히 간결하면서도 빠르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백지훈은 비가 와 진흙탕이 된 운동장에서도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유니폼에 흙이 묻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에게 오는 볼 처리가 매끄럽고 상대 선수들의 몸싸움이나 태클을 미리 사전에 알아채 부상도 줄이면서 여유로운 플레이를 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그에게 붙은 별명이 ‘백여우’다.
고2 때 이미 20세 이하 대표팀에까지 발탁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백지훈은 연·고대는 물론, 각 프로팀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노정윤 윤정환 황선홍 등 스타 선배들이 활약했던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도 백지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승자는 전남이었다. 이회택 전 전남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백지훈의 소문을 접하고 최 감독을 압박(?)했던 것.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일찌감치 프로행을 염두에 둔 백지훈은 곧바로 계약금 2억7천만원에 전남 입단 도장을 찍었다.
백지훈은 지난해 네덜란드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나이지리아 전에서 종료 직전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의 홈페이지는 지금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팬들이 다녀갈 정도다. 수려한 외모가 한몫해서인지 팀 동료인 박주영보다 오히려 여성 팬들이 더 많다.
더구나 국가대표로까지 선발되다보니 자연히 여자 연예인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승이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최 감독은 백지훈에게 전화를 해 “너는 아직 초롱불에 불과하다”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꾸짖었다. 최 감독의 질책을 받은 백지훈은 “감독님 말을 듣고 머리가 뜨거웠다”며 곧장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단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