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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일 선수 | ||
아랍에미리트연합(UAE)-사우디아라비아-홍콩을 돌며 전훈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이들은 필드에 들어서면 경쟁의 눈빛을 번득이지만 돌아 나올 때만큼은 어깨동무를 잊지 않는다.
첫 전훈지였던 UAE 두바이에서 대표팀의 숙소는 코발트빛 해변이 바라다 보이는 특급 호텔. 하지만 이 해변을 거닐어 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산책을 권유하지만 경쟁의식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몇 발짝만 걸어 나가면 닿을 수 있는 해변을 느낄 여유마저도 없었다.
이번 전훈의 절박함 속에 묻어나는 태극전사들의 속내를 새롭게 얻은 별명을 통해 살펴본다.
아드보카트호의 최고 인기남은 ‘식사마’로 불리는 김상식(30·성남)이다. 털털한 성격에다 촌철살인식의 농담으로 대표팀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몰아넣는 그는 잔뜩 긴장한 후배들에게 청량제와도 같은 존재다.
지난해 부르키나파소전에서 골을 터트린 후 그는 “아! 감독이 자꾸 뭐라 그래서 짜증나서 한 골 넣었다”고 말해 라커룸을 뒤집어놓기도 했고,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내일 경기에서 많은 활약 기대합니다”라는 팬들의 글에 “벤치다”, “이동국 선수 파이팅이라고 전해주세요”라는 글에는 “동국이 지금 잔다”는 등의 명쾌하면서도 황당한 댓글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훈 명단에 김상식의 이름이 올랐을 때 대표팀 후배들은 물론 의무팀과 지원팀 등 스태프도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 전훈 기간 동안 ‘식사마’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 개그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평소 걸쭉한 입담으로 대표팀 내에서 ‘산소 같은 남자’로 통하는 그 역시 경쟁이라는 엄중함 앞에 입을 다물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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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식 선수, 조준호 선수, 조원희 선수, 김두현 선수, 정조국 선수(왼쪽부터) |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묵은 래디슨호텔 피트니스센터에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4명의 한국 선수들이 있었다.
조준호(33·부천) 조원희(23·수원) 김두현(24·성남) 정조국(22·서울) 등 일명 ‘체력왕 4총사’들이다. 이들은 새벽녘이면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이곳을 찾아 몸이 흥건해질 때까지 땀을 뺀 후에야 샤워를 하고 오전 9시쯤 아침 식사 테이블에 앉는다. 또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오후 훈련을 나갈 때까지 이들은 또 다시 이곳을 찾아 자신이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고 나서야 자신의 방에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훈련에 참가한다. 코칭스태프 중 누구도 이들에게 별도의 체력훈련을 지시한 적은 없지만 이들은 오로지 2006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겠다는 열의를 담아 최고의 몸 컨디션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최태욱(25·시미즈)과 조원희(23·수원)의 헤어스타일을 보면 마치 쌍둥이를 연상시킨다. 가벼운 부상으로 훈련대열에서 잠시 이탈했던 이들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명 ‘바리깡’으로 불리는 헤어클리프를 들고 서로의 머리를 밀어주며 잘해보자고 의기 투합했다. 이들에게는 마치 머리카락이 느슨한 정신상태의 표본이라도 되듯 수시로 머리를 깎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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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광 선수 | ||
하지만 사우디 전훈을 마치고 홍콩으로 향하는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만난 김영광은 한결 밝은 표정으로 의지를 다졌다. 부상 후 그가 읽고 있는 책은 조엘 오스틴이 쓴 <긍정의 힘>. 그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부상을 이겨내겠다며 “이 책에 좋은 말들이 많아 위로가 된다. 반드시 독일월드컵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콩=최원창 중앙일보 JES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