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1 진출 뜻을 밝힌 최용수의 2001년 모습. 원안은 최고 인기 파이터 마사토. | ||
일본 K-1이 최용수한테 눈독을 들였던 가장 큰 이유는 현재 K-1에서 활동중인 이종격투기 선수들 중 세계프로복싱 양대 기구인 WBA와 WBC 챔피언 출신의 파이터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IBF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프랑소와 보타(남아공)가 K-1에서 뛰고 있지만 양대 기구 세계 챔프 출신은 최용수가 최초인 것.
K-1측에선 이 점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고 ‘최고의 대우’라는 호조건을 제시하며 최용수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최용수는 일본 K-1측과의 직접 계약이 아닌 한국 파트너인 양명규 대표와 손을 잡는 것으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한국의 세계챔피언을 일본 K-1에서 관리한다는 부분이 국내팬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수 시절 ‘투혼의 복서’로 불렸던 최용수는 95년 12월 타이틀을 따낸 후 98년까지 7차례나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3년간 한국 복싱의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프로 통산 전적이 30승(20KO)4패1무. 한국의 역대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중에서도 장정구 유명우 다음 가는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은퇴 후의 삶이 평탄치 않았다. 한때 경기도 시흥에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다가 적자를 면치 못했고 유치원에도 손을 댔다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나중에는 건설회사 직원으로도 일하고 건설자재 납품이나 일용직 노동자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워낙 생활이 어렵다보니까 지난 연말에는 버스 기사직에 노크해보려고 대형면허를 취득했다.
최용수가 K-1에 관심을 둔 데에는 이런 평탄치 않은 과정들이 한몫했다. 특히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이종격투기에서 이전의 영광을 재현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꿈틀거렸다. 그러나 막상 격투기 입문을 알아보고 다니자 가족들, 특히 아내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남편이 더 이상 맞고 사는 직업을 택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차라리 버스 운전 기사가 격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강하게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최용수는 지난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가족들한테 말하지 못했다”면서 “K-1에 진출하기로 결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내를 설득시키는 게 더 큰 숙제다”라고 설명했다.
최용수의 K-1 데뷔전은 5월경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오는 2월25일 부산의 BEXCO에서 열리는 ‘K-1 파이팅네트워크 아시아 맥스 부산대회’에서 깜짝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양명규 대표의 귀띔이다.
양명규 대표는 최용수가 은퇴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체격과 체력 조건이 일반 선수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즉 짧은 훈련 기간을 통해 이전의 몸 상태를 만들고 K-1 기술을 습득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양 대표는 최용수와 일본 격투기계의 최고 인기 스타 마사토(26)와의 매치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킥복싱 출신이자 K-1 MAX 초대 챔피언인 마사토는 잘생긴 외모와 빼어난 실력으로 현재 일본에서 영화배우와 CF모델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초절정 인기 파이터다. 만약 최용수와 마사토의 빅매치가 성사된다면 최홍만을 능가하는 최고의 흥행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