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조끼의 ‘배신’
대표팀은 경기 하루 전 최종 전술훈련을 갖는다. 마지막 훈련의 초점은 과연 누가 노란 조끼를 입을 것인가에 모아진다. 노란 조끼를 입는다는 것은 다음날 있을 경기에 선발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이 노란 조끼를 보고 해당 경기의 예상 ‘베스트 11’ 포진도를 그려 기사를 쓴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이전 여느 대표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경기 하루 전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노란 조끼를 입혔다.
그런데 매번 실제 경기에 한 명씩 전날 훈련 때 노란 조끼를 입지 않은 선수가 선발로 출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는 조끼를 입었던 김두현(성남) 대신 김정우(나고야)가 나왔다. 그리스전에선 김정우 대신 김두현에게 선발출장의 기회를 줬다. 핀란드전을 앞둔 최종 훈련에선 골키퍼 조준호(부천)의 선발출전이 예상됐지만 정작 경기에 나선 주인공은 이운재(수원)였다.
크로아티아전에선 다시 노란 조끼를 입었던 김두현이 막판 선발에서 제외돼 김정우로 바뀌었다. 덴마크전 때는 전날까지 선발출전의 꿈에 부풀어 있던 김진규(이와타)가 최진철(전북)에게 밀리고 말았다.
지각하면 ‘벌금’
‘내 사전에 지각은 없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훈련은 물론 숙소생활에서 강조하고 있는 원칙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임 때부터 시간 지키기를 강조했다. 소집 훈련 때 훈련이나 식사시간에 늦는 선수에겐 벌금 10만원을 물리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이란전을 앞두고 대표팀이 모였을 때다. 송종국(수원)이 소집시한보다 13분 늦게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도착했다. 하지만 첫 케이스였고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던 탓인지 아드보카트 감독은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 전훈에서 아침식사 시간에 5분 늦은 김동진(서울)과 조원희(수원)에게 각각 벌금 1백달러(약 10만원)를 부과했다.
미국 전훈지인 로스앤젤레스는 러시아워 때 교통체증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대표팀 버스가 훈련장에 1분이라도 늦게 도착하는 일은 없다. 운전기사 바로 옆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장처럼 앉아 시계를 봐가며 ‘항해 속도’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조크는 꼭 한 마디씩
아드보카트 감독은 ‘작은 장군’이라는 별명과는 달리 농담을 좋아한다. 그것도 기자들을 상대로 한 조크를 즐긴다. 사우디아라비아 전훈 때는 한 기자와 농담 끝에 격투기 시합을 할 뻔한 적도 있다. 어느 기자가 어느 회사 소속인지도 대강은 알고 있다. 자주 보는 기자들에겐 농담뿐만 아니라 따뜻한 인사도 건넨다. 지난 7일 대표팀의 2박3일 휴가 후 재개된 첫 훈련 때는 “기자들도 휴가 잘 보냈느냐”라고 물어 힘을 뺀 적이 있다. 기자들은 대표팀의 휴가기간 기사 아이템을 짜내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인터뷰에선 선수 칭찬
선수 인터뷰는 주전급에서 벤치 멤버에 이르기까지 고루 시킨다. 다만 경기 전날 인터뷰엔 실제 경기에 나갈 선수를 대상으로 지정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인터뷰가 있는 날엔 선수 인터뷰는 한 명으로 제한한다. 자신의 인터뷰가 없는 날엔 두 명의 선수가 카메라 앞에 선다.
자신의 인터뷰 때는 절대 선수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 설사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고, 부진했더라도 이 원칙은 지키는 것 같다. 대신 칭찬이 많다. 그러니 선수들은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힘을 낼 수밖에 없다. 질문을 던진 기자와 시선을 맞추며 답변하는 것도 아드보카트 감독의 몸에 밴 좋은 습관이다.
팔짱 끼면 ‘고민중’
훈련 중이나 경기 중에 아드보카트 감독은 자주 팔짱 낀 자세를 취한다. 이때는 뭔가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참 팔짱을 끼고 있다가는 이내 결론을 내리고 지시를 하기 시작한다. 고민하지 않을 때의 자세는 주로 허리춤에 두 손을 갖다 대거나 바지 주머니에 양 손을 꽂은 채로 서 있다. 고민의 깊이가 깊어질 때는 팔짱을 낀 상태에서 한 손으로 턱을 괴기도 한다.
훈련 때 패션은 축구선수 출신답게 튼실한 다리의 윤곽이 잘 드러나 보이는 다소 꽉 끼는 듯한 느낌의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다. 그래서 인터뷰 중간에 시선을 아드보카트 감독의 하체로 돌리는 기자도 있다. 남자 기자들이 그런다. 대표팀의 전훈을 취재 중인 여기자는 한 명밖에 없다.
LA=조상운 국민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