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 ||
국내파 23명 중 최소한 7명은 탈락해야 하는 처절한 경쟁이 펼쳐진 만큼 선수들은 ‘생존’을 화두로 눈에 불을 켰고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40여 일간의 강행군에서 살아남을 국내파들은 누구일까.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젊은 선수들과 2006독일월드컵을 향한 태극호의 황금 조합이 어떤 모습일지 조심스럽게 예상해보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훈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스타는 백지훈(21·서울)이다. 그는 유럽팀을 상대로 한 ‘4-3-3시스템’ 테스트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길을 끌어 당겼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아드보의 남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백지훈의 잇따른 실수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자신감을 찾은 그의 플레이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졌다.
조원희(23·수원)는 특별한 경쟁자 없이 거의 모든 경기를 소화하며 2006독일월드컵 무대를 뛰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1월21일 그리스전을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축구 천재’ 박주영(21·서울)을 ‘타고난 골잡이(natural scorer)’라고 치켜세웠는데 이에 화답하듯 박주영은 그리스전과 핀란드전에서 잇따라 골을 뿜어내며 천재성을 입증해보였다.
▲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박지성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상대팀에 따른 ‘맞춤형 줄기세포’라 할 수 있다. | ||
반면 전훈 시작과 함께 오른쪽 무릎 성장판 통증을 느낀 최태욱(25)과 갑작스럽게 오른쪽 무릎을 다친 김영광(23·전남)에게는 불운의 시간이었다. 홍콩 전훈 이후 소속팀 나고야 그램퍼스로 복귀한 김정우(24)도 적극성과 몸싸움면에서 만족할만한 평가를 얻지 못했다. 유경렬(28·울산)은 첫 선발 기회였던 덴마크전에서 실수를 범해 세 번째 실점의 빌미를 만들며 수비라인의 치열한 경쟁에서 뒷걸음쳐야 했다. 또 정조국(22·서울)은 비록 미국전에서 골을 터트렸지만 이동국 안정환 조재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를 발표하며 4-8-8원칙을 고수했다. GK 3명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20명을 수비수 4명,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을 각각 8명씩 구성한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이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 비해 멀티 플레이어의 활용을 좀 더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히딩크 감독은 송종국 박지성 등을 여러 포지션에서 시험했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로 뛰었던 유상철과 왼쪽과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시킨 이을용 등 2명만을 멀티맨으로 활용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이 자칫 페이스를 잃을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데다 3-4-3과 4-3-3시스템을 병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수 활용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그가 뛰었던 포지션은 무려 여섯 곳. 소속팀인 맨유에서도 그는 좌·우·중앙 가릴 것 없이 맹활약하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를 어떻게 활용할까? 그는 이번 전훈에서 드러난 취약 포지션에 우선 그를 포진하는 방법을 강구한 후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을 토고·프랑스·스위스의 아킬레스건에 맞게 그를 활용할 생각이다. 한 마디로 그는 아드보카트호의 ‘상대 맞춤형 줄기세포’인 것이다. 또 왼발잡이인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을 왼쪽 풀백으로 기용하거나 젊은 중앙 미드필더들이 부진할 경우 경험 많은 그를 중앙에서도 활용할 생각이다. 또 그동안 좌우 윙포워드로 테스트해온 박주영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나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 아드보카트호 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젊은피’ 박주영, 조원희, 김동진(왼쪽부터). | ||
아드보카트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수비라인. 최진철 외에 경험이 적은 수비수들로 채워져 있다보니 자칫 수비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3∼4월 K리그를 돌며 유상철 송종국 등과 김한윤(제주) 곽희주(수원) 등 수비수들을 집중 점검하는 등 최종엔트리 선정에 신중을 기울일 계획이다.
2002한일월드컵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한국의 득점은 네 골. 86멕시코월드컵과 94미국월드컵과 같은 수치다. 다만 2002년 한국이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세 경기에서 1실점밖에 하지 않은 수비조직력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이 사실을 깊이 각인하고 있다. 그런 만큼 월드컵이 개막하는 6월까지 수비수뿐만 아니라 전방위에서 수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최원창 중앙일보 JES 스포츠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