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처음에 세리의 오갈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병인 지도 몰랐다. 그러나 컷오프 탈락은 물론이고 바닥까지 내려가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세리의 두려움이 극에 달했다.
그때 절감했다. 선수들한테 슬럼프가 오면 더 열심히 연습하고 골프장에서 살다시피하며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로선 그럴수록 골프를 더욱 멀리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애니카 소렌스탐이 LPGA 무대를 평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운동과 휴식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마인드 때문이다. 놀러가서도 집에 두고 온 골프채가 생각난다면 제대로 된 휴식이라고 할 수 없다.
내 자식이 골프를 한다면 훈련 프로그램보다 어떻게 하면 정해진 시간에 알차게 놀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부모가 훨씬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말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