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와이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LPGA 필즈오픈에 참가한 한 한국선수의 말이다. 또 다른 한국선수의 부친은 “코스가 아예 미셸 위를 위해 세팅됐다”며 혀를 찼다. 파5홀의 경우 미셸 위(17)가 미들이나 롱아이언으로 가볍게 2온에 성공, 쉽게 타수를 줄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반면 그린은 작은 편이어서 보통 우드를 사용하는 선수들은 좀처럼 2온을 할 수 없도록 ‘세심한’ 배려까지 깃들여졌다고 한다. 심해도 너무 심한 상황이다.
필즈오픈은 2006년 새로 생긴 대회다. 미셸 위의 집이 있는 하와이에서 열렸다. 2004년까지 하와이 미LPGA대회는 하나도 없었지만 미셸 위 등장 후 2005년 SBS오픈, 2006년 필즈오픈 등 신설대회가 속속 등장했다.
필즈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는 일본인이 맡았다. 일본인이 하와이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미셸 위와 부친 위병욱씨는 예전부터 몇몇 일본인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중 한 명이 이 대회를 만든 것이다. 일본 스폰서 대회다보니 미LPGA 멤버가 아닌 일본선수 7명이 특별 초청되기도 했다.
미셸 위가 2005년 자신 때문에 만들어지고, 또 그 대회에서 스스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SBS오픈을 제쳐놓고 필즈오픈을 2006년 첫 LPGA대회 출전으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엄청난 영향력이 있는 SBS TV 최고위층이 끝까지 설득했지만 끝내 필즈오픈을 택했을 만큼 미셸 위(혹은 부친 위병욱씨)는 일본과 가깝다. 지난해 11월 일본 남자프로골프투어(JGTO) 카시오오픈에 출전, 성대결을 펼치고 스스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다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필즈오픈은 탄생부터가 미셸 위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미셸 위는 지난해부터 호놀룰루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코올리나GC에서 살다시피하며 맹연습을 했다. 세계적인 뉴스메이커인 미셸 위의 프로 첫 승을 필즈오픈에서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장타자인 미셸 위를 위해 코스전장은 미LPGA 대회로서는 제법 긴 편인 전장 6천5백19야드로 조성됐다. 또 미셸 위가 장타인 반면 샷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드라이버샷의 낙하지점(페어웨이)을 미LPGA 사상 가장 넓게 세팅한 것이다.
또 대회 첫 날에는 미셸 위가 모 명품시계회사와의 스폰서 계약 발표를 하는 등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미셸 위에게 맞춰졌다. 심지어 일본 골프시장을 다시 살렸다는 ‘아이짱’ 미야자토 아이도 미셸 위 앞에서는 초라하기만 했다.
골프에서 특정선수를 배려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워낙 변수가 많은 운동인 탓에 예상이 딱 들어맞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PGA에서는 워낙 기량이 뛰어난 타이거 우즈를 견제하기 위해 몇몇 대회코스가 거리를 늘리고, 난이도를 높이는 경우는 있어도 ‘배려’는 없다.
아직 미국에 비해 골프문화가 뒤떨어지는 한국에선 2003년 전성기의 박세리가 국내대회(SBS최강전)에서 성대결을 펼칠 때 비거리를 박세리에게 맞춘 코스(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에서 남자대회를 열어 ‘특혜 시비’가 발생한 정도다.
미셸 위와 필즈오픈. 속내를 자세히 들여 보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지켜보는 사람이 이럴 정도인데 미셸 위를 제외한 현장의 1백31명 선수들은 더욱 언짢을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