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성이한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성화를 부리고 지성이는 지성이대로 “난 언제 한가하게 놀아보냐”며 화를 낸다. 그럴 때마다 난 “축구하는 시기는 한정돼 있지만 노는 건 은퇴하고도 놀 수 있다”고 받아치는데 지성이도 만만치 않다. “아빠, 아빤 젊었을 때 노는 거하고 나이 들어서 노는 것 하고 같다고 생각하세요?”라며 공세를 편다.
맞는 말이다. 난 축구선수들의 합숙 생활을 당연시하는 반면 지성이는 한국에 있는 선수들 기숙사를 모두 없애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렸을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면 유럽 선수들처럼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오기 어렵다는 부연 설명을 달면서 말이다.
지성이와 난 이렇게 잦은 다툼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다툼이 많았기 때문에 지성이도 나도 축구장에 있는 것 같다. 운동선수의 부모와 자식은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설령 그 대화의 수준이 나랑 지성이처럼 다투는 내용일지라도 말이다.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