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리그 챔프전에서 맞붙게 된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왼쪽)과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걔는 골프 칠 때도 승부에 집착해요. 스트레스 풀려고 골프 치는 건데 공 하나 하나에 온갖 신경을 다 쓰는 거 보고 참 못 말린다 싶었지.”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과 시즌 끝나면 골프장에서 또 다시 만난다는 김호철 감독은 골프 칠 때도 신 감독의 성격이 나타난다며 ‘흉’을 봤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골프칠 때 어떤 스타일일까.
“나야 뭐, 계속 조잘대지. 신 감독이 나더러 입으로 골프 치냐고 핀잔을 줄 정도니까. 재미있으라고 골프 치는 거잖아. 난 떠들어야 기분이 업되거든. 그래서 계속 수다를 떨 수밖에. 하하.”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다. 두 감독 모두 경남 출신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오다가 군 내무반 생활도 함께한 40년 지기다. 현대캐피탈 감독이 되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생활했던 김 감독은 가끔 귀국한 뒤 신 감독과 술자리에서 만나 “야, 이제 그만 해먹어. 한국 배구 망칠 생각이냐? 그 정도 우승했으면 됐어. 이젠 좀 나눠줘야지”라고 말하며 농담 속 진담을 쏟아내곤 했단다. 그러나 우연히 상대팀 감독으로 마주하게 된 지금은 신 감독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삼성화재 저지’의 선봉장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게 되었다.
현대캐피탈 감독을 맡아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뒤 모 방송국과 첫 인터뷰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감독으로 부임했으니 당찬 각오를 말해야만 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앞으로 열심히 해서 삼성을 이기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소 점잖은 멘트를 흘렸다. 그랬더니 연출자가 내용이 너무 약하다면서 다소 강도가 센 멘트를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김 감독이 토해낸 말은 “앞으로 최선을 다해 삼성의 목을 서서히 조이겠다”였다고.
그 후 삼성측에서 난리가 났다. 신 감독은 김 감독에게 대놓고 항의하진 못했지만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사람 죽이겠다는 소리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나보단 신 감독이 더 부담스러울 거야. 이번에 우승하면 겨울리그 10연패의 위업이 달성되거든. 그에 대한 욕심이 많을 수밖에. 친구니까 한편으론 10연패하도록 도와주고 싶기도 해. 그렇지만 그냥 도와줄 수 없잖아. 용납이 안 되는 거지. 어떻게 한 팀이 10연패나 할 수 있어? 이번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거야.”
김 감독은 지겹고 힘든 훈련을 ‘내기 방식’을 도입해 재미있게 연습하는 걸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코트에 10만 원을 꽂아 놓고 게임을 벌인다든가, 진 팀이 이긴 팀에 벌금을 내거나 저녁 사기, 간식 사기 등등의 방법으로 훈련에 탄력을 받게 한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에어로빅 강사를 초빙한 일, 해병대 훈련에 참가한 경험, 과학적인 훈련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에서 경기 분석관과 피지컬 트레이너를 초빙한 부분 등은 김 감독만이 추구하고 실행에 옮긴 훈련법들이다.
김 감독은 챔프전이 끝나면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곁들인다. “어휴, 아무리 노력하고 연구해도 안 되는 게 선수들 심리를 꿰뚫어 보는 거라구. 그래선지 김인식 감독님이 존경스러워. ‘믿음의 야구’ 그거 아무나 되는 게 아니거든.”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