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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3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캐디로 나서 안시현과 함께 라운딩 하는 정해심 코치. | ||
정 코치는 인천의 부유한 스포츠 명문 집안 출신이다. 송도고-고려대를 나와 농구 지도자로 성공한 정해일 감독(일본 도요타자동차)이 친형이다. 정 코치도 잘나가는 빙상 유망주였다. 빙상에서 성공하지 못하자 튼튼한 하체를 바탕으로 골프에 입문했고 독학으로 세미프로자격증을 땄다.
정 코치는 남다른 이력 만큼이나 독특한 지도 철학을 갖고 있다. 골프계에서는 흔히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부른다. 외부와는 단절된 외진 곳에서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무명의 선수를 스타플레이어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안시현은 영종도의 산골짜기 허름한 연습장에서 만들어졌고 문수영은 대부도에서 다시 태어났다. 두 선수 모두 가장 어려울 때 정 코치의 도움을 받아 미LPGA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학생 때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안시현은 아예 정 코치 집에서 살았고 이후 영종도에서 엄청난 훈련을 소화하며 2003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깜짝 우승했다.
지난해 6월 손부상과 미국 적응 실패로 보따리를 싸 귀국한 문수영은 대부도로 캠프를 옮긴 정 코치를 찾아갔다. “이제 프로 선수는 싫다”는 정 코치에게 삼고초려를 한 끝에 대부도에서 지옥 훈련을 통해 반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선수로 거듭났다.
정 코치의 스파르타 훈련은 이렇다. 일단 골프 외에는 모든 것을 없애버린다. 휴대폰 금지에다 외출 외박도 철저히 통제된다. 부모의 간섭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또 정 코치가 빙상 선수 출신으로 골프에서 하체와 체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탓에 마치 복싱 선수들처럼 강도 높은 로드웍이 연일 계속된다.
골프 훈련도 독특하다. 잘못된 스윙을 바로잡고 가장 이상적인 스윙을 만들기 위해 몇 달 동안 공을 치지 않는 빈 스윙만 하도록 한다. 볼을 치는 것이 아니라 스윙에 볼을 실어 보낸다는 확고한 골프 이론 때문이다. 절박함에 정 코치를 찾았던 문수영도 두 달 동안 빈 스윙을 하는 것이 답답해 밤에 몰래 볼을 치다가 들켜 쫓겨날 뻔했다.
정 코치에 대한 제자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거의 신앙 수준이다. 문수영은 ‘정신적인 지주’라고 말한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다. 예전의 안시현도 그랬다. 모든 인터뷰 답변에 ‘정해심’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었다. CJ나인브릿지 우승 후 안시현은 2004년 미LPGA 신인왕을 차지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2004년 중반 정 코치와 결별한 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골프계에서는 정 코치의 훈련법이 프로 선수용이 아닌 주어니용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다 큰 어른이 철저히 통제받는 정해심식 훈련을 장기간 인내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시현이 다시 한 번 정 코치를 찾아가면 어떨까. 슬럼프를 겪고 있는 박세리나 박지은 등도 정 코치의 스파르타 훈련을 한 번 받아보면 어떨까. 물론 선수에 따라 상황이 다 다른 만큼 무조건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쨌든 ‘정해심 골프’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