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일요신문] 김재원 기자 = “제 경영 철학은 ‘기술로 인간을 이롭게 하자’는 ‘기술이인(技術利人)’입니다. 그 일환으로 요즘 경상대와 기술 협업을 해서 유기농 채소를 집에서 직접 재배하고 먹을 수 있는 ‘가정용 식물 재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든 기계가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 만큼 보람있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박영범)은 3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숙련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그린산업(주) 정병홍 대표(51)를 선정했다.
26년간 전기전자 분야에 종사하면서 냉동공조 시스템의 핵심부품인 전자식 팽창밸브를 개발한 정 대표는 전량 수입되던 제품을 국산화시켜 냉동공조 시스템의 발전과 국익을 도모한 혁신 기업가이다.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정 대표는 혼자서 6남매 뒷바라지를 해나가던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빠른 취업을 목표로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배관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딴 그는 군 복무 때 보일러병을 하게 되고 그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군대에서 보일러 관리를 하면서 배관 기술에 대해 좀 더 배울 수 있었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분대장 교육을 받고 조교를 하면서 리더십도 키웠죠. 지금 경영인의 위치에서 돌아봤을 때 꼭 필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한 에어컨 부품 회사에 기능공으로 입사했고 이후 품질관리팀을 거쳐 개발팀에서 일했다. 이때 칫솔 살균기, 세미기(洗米機) 등 신제품을 개발하며 선행 기술과 많은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다.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할 만큼 일에 미친 듯이 몰두한 결과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사로 승진하게 됐다. 그러나 초고속 승진으로 주변의 시기(猜忌)와 업무부담을 느끼게 되고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야망의 세월’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1994년 그린산업을 설립한 정 대표는 먼저 수경재배기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농산물개방특례조치)에 따라 농어촌 구조 개선을 위해 농촌에 예산을 투자했던 터라 사계절 내내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환경 조성을 목표로 식물의 온·습도를 제어하는 부분을 맡았다. 이후 냉동공조 기술사업에 주력하면서 냉동공조 시스템의 핵심 부품 개발에 몰두했다. 일 욕심이 많았던 정 대표는 다른 산업 군의 전기전자부품 제조에도 나섰다. 하지만 사업 아이템들에 비해 일손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업 아이템이 아무리 다양해도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창립 10년 만에 사업을 단순화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가장 자신 있던 히터와 밸브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정 대표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기 위해 2005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전자식 팽창밸브와 관련된 특허 12개를 등록하기도 했다. 특히, ‘정밀제어형 전자식 팽창밸브’(에어컨 등 냉동 사이클에서 냉매를 팽창시켜 온도를 제어하는 냉동공조 부품)를 개발해 국산화를 선도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부품의 국산화로 관련 제조업체들은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정 대표의 ‘전자식 팽창밸브’는 2009년 ‘제10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외 냉동 공조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합니다. 그러한 냉동 공조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전자식 팽창밸브*를 국산화했으니, 우리나라 냉동 공조시장의 경쟁력이 얼마나 커졌겠습니까? 우리 회사가 이룬 성과에 큰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선택과 집중으로 회사가 성장하자 정 대표는 더 큰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냉동 공조의 핵심부품 개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 기술을 토대로 완제품 제작을 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컴프레서에서 토출되는 고온다습한 압축공기를 건조된 압축공기로 변환시키는 ‘냉동식 에어드라이어’를 개발했다. 또한 가전용 위주의 히터 제조에서 나아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식 히터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사업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확장해 나가는 전략으로 매년 매출 성장세를 타면서 2014년에는 239억 원, 2015년에는 245억 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294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간대학까지 다니며 자기계발에도 최선을 다했던 정 대표는 직원들의 교육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05년부터 기업부설 연수원을 마련해 임직원 교육 및 재충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경남대학교와 계약학과 설치・운영에 관한 협약을 해 임직원에게 직무능력 향상 및 재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 속에서 ‘2011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 3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인재 육성과 핵심인력의 장기 재직을 위해 성과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으며 2005년에 창원대와 2013년에는 경산대와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해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는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와 함께 ‘일학습병행제-산학일체형 도제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성공 여부는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열정과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주어지는 일은 자신 뿐만아니라 모두가 처음 겪는 것이니 마음가짐에 따라 충분히 결과가 달라질 수 있죠.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세요. 우리는 모두 그만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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