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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핀투가 박지성을 과잉 태클해 결국 퇴장당했다. | ||
조 예선을 통과한 아르헨티나는 하필이면 브라질, 이탈리아와 2차 리그를 치르는 불운을 맞았다. 마라도나는 이탈리아의 수비수 젠틸레에게 지겹도록 마크당하다가 2-1로 지고 말았고 다음 브라질과의 대전에서도 역시 과도한 반칙 수비의 연속에 지친 나머지 극도의 히스테리 증세를 보였다. 마라도나는 마침내 분을 참지 못하고 브라질 선수를 고의적으로 걷어차는 바람에 곧바로 퇴장당했다. 경기는 3-1, 아르헨티나의 패배로 끝났다.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로 거론할 수 있겠지만 전 세계가 기대했던 신동의 월드컵 데뷔가 그토록 서글프게 끝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2002 월드컵대회 프랑스의 주포 앙리는 개막전에 불참했다가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서는 퇴장으로 월드컵을 마감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오 오! 레 미제라블…. 그 이전 98년에는 2게임 연속 출장 금지를 당한 지단이 8강전에서부터 겨우 뛰기 시작했던 것도 아직 뇌리에 생생하다.
이탈리아의 졸라는 94년 나이지리아와의 16강전에서 교체 멤버로 월드컵 첫 발을 내딛게 되지만 나오자마자 어설픈 반칙으로 퇴장, 그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에 나오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바로 퇴장 당한 경우는 역시 94년 독일과 볼리비아와의 개막전, 볼리비 아의 교체 멤버였던 공격수 에체베리가 미드필드에서 쓸데없는 파울로 단 한번에 퇴장당한 사건이다. 에체베리가 경기장에 서 있던 시간은 불과 3분. 국민적 기대주가 한 순간에 국민적 원수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시합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퇴장을 당한 희한한 경우도 있다. 2002년 아르헨티나와 스웨덴의 조 예선 마지막 경기. 벤치에 앉아 있던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카니지아는 심판에게 욕설을 했다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퇴장. 아마도 월드컵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카니지아는 이 대회 기간 중 단 한 차례도 출전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시종 긴장이 감도는 월드컵 결승에서 퇴장이 나오는 데는 무려 60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재미없던 90년 대회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사상 최초로 몬존이 결승전에서 퇴장당한 영광(?)을 얻었고 뒤이어 데조티가 또 퇴장당하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실력이 부족했던 아르헨티나가 경기 매너에서도 엉망이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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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료선수들이 이를 심판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모습. | ||
그런데 다음 2002 월드컵 때 우리는 놀라운 일을 해낸다. 성적도 그러하거니와 포르투갈전에서 죠아오 핀투를, 이탈리아전에서는 토티를 내몰면서도 우리는 7경기 동안 단 한 명의 퇴장도 없었다. 그토록 피지컬하고 격렬한 사투를 전개하면서 3, 4위전까지 갔지만 결코 자제력을 잃은 적이 없었다. 일곱 경기를 한결같이 일정한 룰에 따라 소화시킬 수 있었고 당연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었다.
대개 옐로카드나 레드카드를 많이 받는 선수는 다혈질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비에라, 토티, 루니, 타키나르디, 몬텔라…. 참을성을 키우는 것도 팀 전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다.
2002 잉글랜드와의 대전에서 엉터리 퇴장 선고를 받고도 빙그레 웃으면서 그라운드를 떠난 호나우디뉴를 보라. 항의해 봤자 한 번 결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여유만만한 호나우디뉴는 준결승을 잠깐 쉬고 결승에서 트로피를 안았다. 그 미소에는 그래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 중 상대방이 한 명 퇴장당한다고해서 당장 유리해질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유로2000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준결승전. 전반에 잠브로타가 퇴장당하자 이탈리아는 델베키오를 뺀 나머지 8명이 전원 수비에 가담하는 기형적인 플레이를 연출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고슴도치처럼 웅크린 이탈리아 수비진을 풀어낼 수 없었고 이날 이탈리아는 수비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전 세계에 교과서적으로 보여 주었다. 태어나서 델 피에로가 수비하는 것을 본 적은 이때가 처음이다.
결과는 이탈리아의 승부차기 승. 그에 앞서 98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의 드사이가 퇴장당하자 프랑스는 전원 수비대형으로 전환했고 총공세에 나선 브라질은 역시 전혀 틈을 발견해내지 못했다. 같은 해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16강전도 베컴이 퇴장당하면서 역사상 가장 재미있던 전반전이 가장 지루한 후반전으로 바뀌었었다. 룰에 따라 퇴장은 불가피하나 그렇게 되면 정말이지 시합이 재미가 없다.
그러나 베켄바우어는 다르게 보기도 한다. 그는 90년 독일과 네덜란드의 16강전이 그토록 짜릿하고 재미있었던 이유를 레이카르트와 펠러가 동시에 퇴장당하면서 서로 10명으로 경기를 했다는 데서 찾고 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축구를 10명으로 하자고 종종 주장하기도 한다.
2002월드컵 축구대표팀 미디어 담당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