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추어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고, 박세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인 박지은의 말이다. ‘동생’은 바로 위성미(17·미국명 미셸 위)다. 박지은은 중학교부터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유학파다. 이러니 한국말은 물론이고, 미국문화에도 익숙하다. 중요한 것은 박지은을 미국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박지은은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는 한국을 훨씬 좋아한다. 물론 한국국적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뉴스메이커인 위성미가 4월 29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화려함의 뒷전에서 작은 논쟁이 일고 있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위성미가 한국 사람이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부모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국적도 미국’인 위성미에게 이렇게 열광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꼬집는 시각이다. 민감한 까닭에 일부 언론에서는 위성미 앞에 재미교포라는 수식어를 꼭 쓰기도 한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까닭인지 위성미는 방한 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뼛속까지 한국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벙커샷’은 위성미가 한국 사람이 맞다고 주장하고 싶다.
‘위성미가 한국 사람인 이유’를 살펴보자. 사실 현재 국적이 어떻게 돼 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국은 국적에 관해 속인주의 원칙을 택하고 있기에 아직 만 18세가 되지 않은 위성미는 나중에 성인이 되면 얼마든지 쉽게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 말고 내용을 보면 위성미는 더더욱 완벽한 한국 사람이다. 위성미는 한국의 말과 글을 완벽히 체득하고 있고, 또래(여고 2년생)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연예인들에게 열광한다. 음식도 떡볶기와 분식은 물론, 웬만한 한국의 젊은 여자들도 잘 먹지 못하는 홍어까지 즐겨먹는다(전남 장흥이 고향인 아버지의 영향). 박지은의 설명처럼 한국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완벽히 한국식으로 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스스로 한국핏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혹시나 그래도 여전히 불만이 있는 분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예를 보여주고 싶다. 위성미와 배경이 비슷한 한 미 LPGA선수는 일부러 한국말을 안 쓴다. 한국 사람을 대할 때 알아들어도 영어로 대답한다. 심지어 그 부모가 “한국에 전쟁이 나도 미국은 상관없다. 한국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의 막말을 일삼는다.
‘한국 언어를 모르고 또 한국문화도 모르는데 국적만 한국인 사람’보다 위성미는 더 한국적이지 않은가. 위성미는 하와이에 사는 한국 사람이다. 불필요한 논쟁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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