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월드컵 취재에 나선 국내외 축구전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팀과 월드컵 전망에 대한 긴급 현장 설문을 벌였다. 국내 언론의 스포츠 기자 34명, 외국에서 특파돼온 외국인 기자 23명 등 57명의 기자들이 설문에 응했다.
이 설문에서 내외신 기자들은 모두 한국이 무난히 16강에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73%). 국내 기자들(83%)이 외신기자(65%)들 보다 낙관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동안 16강 진출조차 회의적으로 보던 국내 언론의 태도가 백팔십도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8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자들 모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응답한 기자 전체의 85%가 ‘8강 가능성은 10% 미만’이라고 전망했고,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대답도 7%가 넘었다. 나머지 기자들 가운데서도 8강 진출 가능성을 30% 이상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문에서는 스코틀랜드전 때보다 잉글랜드전 이후 응답자들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최근 7경기 연속 무패 행진(프랑스전 제외)을 벌이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놀라운 성적표에 상당히 고무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팀 선수 중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를 꼽는 데는 내외신 기자들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국내 기자들은 변함없이 황선홍에게 가장 큰 기대를 나타냈고(57%), 뒤이어 안정환(22%), 송종국(15%) 등을 꼽았다. 이천수 차두리 김남일 등은 한국선수들이 꼽는 히든카드였다. 그러나 외국 기자들은 단연 이천수에게 몰표(82%)를 던졌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전에서 공수를 넘나드는 파워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원인인 것 같다’
한국팀이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국 기자들은 여전히 골결정력 부족(34%)을 한국팀의 고질병으로 꼽았고 세트 플레이 미숙(25%)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그 다음이 수비 불안(19%)으로 이것은 노장 수비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밖에도 허리라인과 공격라인의 유기적 결합 미숙, 부정확한 슛, 정확한 패스 부족과 단순한 공격패턴, 플레이메이커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러나 외국 기자들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동안 파워 프로그램을 통해 체력에 관한한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친 히딩크 감독을 비웃기라도 하듯 체력적인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42%). 떨어지는 체력으로 인해 공수조절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슈팅 찬스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 창조성 있는 플레이가 부족하다(22%), 공격력이 약하다(18%) 등도 한국팀이 귀담아야할 충고들이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궁금했다. 응답자 전체의 48%가 히딩크의 지도력을 90점 이상, 39%가 80점 이상이라고 답해 절대수가 높은 점수를 매겼다. 계속되는 평가전을 통해 히딩크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드컵 이후에도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아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여부에 대해선 57%가 ‘그렇다’, 42%가 ‘아니다’로 의견이 엇갈렸다. 주로 외국기자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히딩크 감독 체제로 계속 가야한다고 지적한 데 비해 한국기자들은 히딩크 감독이 개인적인 계획에 따라 외국으로 떠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인연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물음에 외국기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거의 비슷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한국기자들은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의 증가로 한국이 일본보다는 30% 이상 더 이익을 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김세진 기자 blues@ilyo.co.kr
“첫골 황선홍이 쏜다”
첫 골을 성공시킬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를 꼽는 데서도 내외신 기자 사이에 시각차가 있었다. 한국기자들은 압도적으로 황선홍(66%)을 꼽은 뒤 최용수(14%) 안정환(11%) 이천수(8%) 순으로 기대를 나타냈으나, 외신 기자들은 47%가 이천수를 첫손에 꼽았고, 유상철(23%) 설기현(10%) 안정환(8%)에게도 기대를 보였다. 아마도 한국팀에 대한 오랜 관심보다는 이번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선수를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선수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있었다.